개소 한 달 맞은 구강관리센터 2호점
서울대 교수 등 의료봉사에 힘 보태… 진료 접근성 낮은 주민들 검진 도와
1호점과 협력해 구강관리 교육 등… 취약계층 맞춤형 사업 개발 계획도
“어르신, 오늘 신경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마취 조금 할게요. 따끔하실 거예요.”
1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우리동네 구강관리 플러스센터에서 김선영 서울대 치과병원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센터에서 찍은 파노라마(X선) 사진을 다시 꼼꼼히 살핀 뒤 왼쪽 치아 쪽 잇몸에 마취 주사를 놓았다. 김 교수는 “지금 이 환자분의 경우 남아 있는 치아 10여 개 중 오른쪽과 왼쪽 치아 3개에 충치가 생긴 상태”라며 “통증을 느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제대로 씹기 힘드셨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지난달 8일부터 서울역 인근에 ‘쪽방촌 치과’인 우리동네 구강관리센터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2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쪽방촌 치과 1호점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자리하고 있다.
● ‘쪽방촌 치과’로 구강 관리 강화
서울역 인근에 자리 잡은 동자동 센터는 서울시, 우리금융미래재단,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는 센터가 운영되는 장소를 제공하고 사업을 운영한다.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인건비와 사업 운영 재원을 지원한다. 서울대 치대 병원 교수진이 의료봉사로 2시간씩 진료 인력을 지원한다.
쪽방촌 치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유호연 서울역쪽방상담소장은 “(오 시장이) 쪽방촌 주민들과 동행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갈비찜을 먹으며 본인은 ‘고기가 부드럽다’고 느꼈는데 어르신의 치아가 좋지 않아 아예 드시질 못하는 걸 보고 쪽방촌 주민들의 구강 검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쪽방촌 주민들은 높은 치료비 등으로 치과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이 많다”며 “치과 치료를 아예 한 번도 안 해 본 경우도 많아 치아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와 한동헌 서울대 교수가 2023년 10월부터 한 달간 진행한 쪽방촌 주민 치과 진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은 65세 이상 서울시민에 비해 구강 건강이 2.5배가량 좋지 않았다. 특히 씹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은 65세 이상 서울시민 대비 1.8배, 경제적 이유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비중은 10.5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의료취약계층 맞춤 모델 개발도
시는 당초 1호점만 운영하며 5개 쪽방촌 소장들이 추천하는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진료해왔다. 하지만 치과 검진에 대한 수요가 높아 진료 대기가 6개월을 넘어가는 등 추가 개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역에 2호점을 마련하고 서울역, 남대문, 영등포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주 3회(월, 화, 금요일) 진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1호점에서는 돈의동과 창신동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를 본다.
주거지 인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덕에 주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돼 대기 시간도 길지 않다. 센터는 또 상담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수시로 상담을 제공해 구강 상태 등을 점검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날 진료를 받은 이삼영 씨(80)는 “가장 최근에 치과를 간 게 벌써 3년도 더 된 것 같다”며 “집이 바로 근처인데 오늘 오면 검진해 준다고 해서 편하게 왔다”고 말했다. 시는 향후 1, 2호점의 협력을 강화해 구강 관리 교육, 구강보건조사와 연구 등 쪽방촌 주민을 포함한 의료취약계층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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