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일부 병원, 연봉 4억 제시
“고연봉 병원으로 연쇄 이동 본격화”
세종시장 “의사 인건비가 문제 초점”
의사단체 “응급실 공백, 의사탓 돌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형병원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전문의만으로는 더 이상 응급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구인난이 가열되면서 일부 병원이 4억 원 넘는 연봉까지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연봉 4억 원에도 전문의 확보 어려워”
충북대병원은 20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충북 지역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와 휴직을 신청해 14, 15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충북대병원은 지역 내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이며, 응급실은 24시간 365일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16일 군의관 2명을 보내 급한 불을 껐다.
또 세종충남대병원은 19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을 뽑겠다는 공고를 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우 응급실 전문의 15명 중 4명이 이미 그만뒀고 다음 달 3명이 더 사직한다. 새로 뽑는 계약직 전문의 연봉은 3억5000만 원에 수당 등이 더해져 4억 원에 육박하지만 구인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부분 폐쇄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보수 외에는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보니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가 어렵고, 이 때문에 구인난이 더 가중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응급의학과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임교원의 경우 계약직보다 낮은 연봉 2억 원가량을 받지만 정원이 정해져 있어 이들만으로는 응급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다 보니 지방 대형병원에선 가급적 계약직으로 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에 구인난 가중
충청권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고연봉을 제시하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에 나서 지역 대형병원의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달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의 확보를 위해 연봉을 4억 원 이상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충청권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응급실 공백을 해결하라고 요구해 고연봉을 제시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이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가세해 고연봉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의사 인건비가 문제의 초점”이라며 “세종충남대병원 의사 인건비가 3억7000만 원 수준인데 다른 병원에서 4억 원 넘는 보수를 제시하니 옮긴 것”이라고 했다.
의사 단체들은 응급실 공백을 의사 탓으로 돌린다며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성명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급여를 과장하며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마치 응급의학과 전문의 탓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최 시장이 일방적인 의사 악마화 선동을 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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