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걱정 털고 지리산서 생태체험… 전교생 절반이 ‘유학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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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 〈4〉 지방 소멸 막는 농촌 유학
진안 조림초, 황토벽-편백마루 교실… “아토피 완화하고 승마 골프도 즐겨”
구례 광의초, 온마을이 교육공동체… “교실밖 수업, 학생들 만족도 높아”
영월 신천초, 다양한 특성화 교육… “유학생포함 이주가족 168명 달해”

21일 전북 진안군 조림초교 학생들이 교내 ‘스파실’에서 건식 족욕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족욕을 하며 면역력을 키우고 있다. 진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21일 전북 진안군 조림초교 학생들이 교내 ‘스파실’에서 건식 족욕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족욕을 하며 면역력을 키우고 있다. 진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서울에서 살 때보다 놀 수 있는 시간이 많고, 놀 공간도 많아져서 좋아요.”

21일 전북 진안군 정천면 조림초교에서 만난 김세원 군(13)은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고, 도시와 달리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 처음 왔을 때는 막연하게 싫은 마음이 있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원이네 다섯 식구는 지난해 이곳으로 농촌유학을 왔다. 도시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자는 부모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낯선 환경과 마주한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김 군은 “서울에서는 학교와 3곳 학원을 다녀오면 마땅히 놀 곳이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매일 바로 옆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공간도 많아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 사는 친구들에게도 농촌에서 살아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김 군은 밝혔다. ‘농촌유학’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농산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로 전학 가서 6개월 이상 생활하는 것을 일컫는다. 거주 유형에 따라 가족 전체 혹은 일부가 해당 마을로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농가 부모와 생활하는 ‘홈스테이형’, 활동가와 함께 기숙사형 유학 센터에서 생활하는 ‘유학센터형’ 등 3가지로 나뉜다.

● 황토벽-편백마루 교실… 친환경 농촌 교육

조림초에 도시 아이들이 유학을 온 건 올해로 3년째다. 2022년 농촌유학 시범운영 때부터 이 학교로 오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조림초교는 2008년 아토피 시범학교 지정 이후 전북도교육청과 전북도, 진안군 지원을 받아 시멘트로 된 교실 벽을 허물고 일반 목재로 된 바닥도 걷어냈다. 대신 아토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황토벽돌을 사용해 벽을 만들고, 편백으로 교실 바닥을 깔았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몸 상태를 고려한 친환경 유기농 급식과 스파 시설 운영 등 아토피 개선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동식물을 관찰하며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숲 체험 등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골 가면 영어 학원 안 다녀도 된다’는 엄마의 설득에 넘어가 이곳으로 왔다는 류호성 군(10)은 “처음엔 ‘갑자기 시골을 왜 가지, 우리 집 파산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음식 등의 배달이 안 되는 것을 빼면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도심에 있을 때 심했던 아토피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고 했다.

조림초는 전교생 43명 가운데 유학생만 절반이 넘는 25명이다. 올 1학기 기준 전북에서 농촌 유학 중인 133명 가운데 18%에 해당한다. 자연 친화적인 교육환경에서 아토피 증상도 완화시키고, 승마, 골프, 록밴드, 요가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지리산 자연을 교과서 삼은 생태체험학교

전남 구례군 광의초교 학생들이 교정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광의초 전교생 34명 가운데 16명이 농촌유학생이다. 광의초 제공
전남 구례군 광의초교 학생들이 교정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광의초 전교생 34명 가운데 16명이 농촌유학생이다. 광의초 제공
전남에도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농산어촌 유학이 활기를 띠면서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례군 광의초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해 ‘자연 교과서’로 통한다. 1만9800㎡(약 6000평)에 달하는 학교 용지에 조성된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꽃과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교정은 작은 수목원을 보는 듯했다.

광의초 전체 학생은 34명. 이 가운데 16명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유학생이다. 학생들은 교실 밖 수업에 더 익숙하다. 학생들의 감수성을 키워주는 ‘움틀(체육)·꿈틀(진로) 프로젝트’를 통해 노고단 등반, 섬진강 벚꽃길 걷기, 나무 클라이밍, 승마, 생존수영, 곤충 관찰 수업을 한다. 서울 학부모와 지역 학부모가 함께하는 캠핑과 모내기 활동 프로그램도 있다. 참가자들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치를 스스로 배우는 생태체험”이라며 반겼다.

자연을 벗 삼아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서울에서 6개월 유학을 계획하고 온 고강혁 군(13)은 벌써 3년째 구례 생활을 하고 있다. 고 군의 어머니 이명우 씨(49)는 “온 마을이 교육공동체가 돼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며 “도서관 자원봉사를 비롯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등 학습 돌봄 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소멸 막는 ‘영월형 농촌유학’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의 신천초교는 흥미롭고 다채로운 특성화 프로그램 덕분에 농촌유학생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천초교 학생들은 매월 한 차례 학교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주 1회 원어민 교사와 1 대 1 영어 수업을 한다. 또 방과 후 수업으로 드론 축구, 피아노, 바이올린, 로봇 과학, 컴퓨터 코딩 등을 배운다. 방학 때는 영어 캠프가 열리고 6학년들은 마을 발전 기금과 학교 지원으로 해외문화 체험 기회도 갖는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살다가 지난해 전학 온 6학년 감현용 군(12)은 “학원에 안 가도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학교생활에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성화 교육이 가능한 것은 ‘영월형 농촌유학(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덕분이다. 영월군이 작은 학교의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인구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유학을 2021년 도입했다. 신천초교를 시범학교로 삼았고, 특성화 교육과 방과 후 수업 등에 드는 비용(올해 기준 2억9000여만 원)을 지원했다. 또한 유학을 오는 학생의 부모 중 1명 이상이 함께 정착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월 40만 원의 체류비도 지원한다. 영월군 관계자는 “주거 공간을 알선했고, 부모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관내에 유학생을 포함해 이주한 가족 수가 168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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