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무마 청탁 명목 1억원 받은 혐의
검찰 고위직 만나 수사에 영향 과시도
1심 "정상적 변호 대가로 보기엔 고액"
"부적절한 사적 접촉" 징역형 집행유예
백현동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개발업자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고등검사장(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변호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억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고위직 전관 변호사인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대검찰청 고위 간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선 검찰청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뢰인에게 보여줬다”며 “착수금 1억원, 성공보수금 5억원 약정은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대가로 보기에는 상당히 고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변호사의 직무 활동이 아니라 사적 연고관계를 부정하게 이용해 (검찰) 고위직에 청탁하는 행위의 한 유형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는 정당한 변호인의 활동 범위가 아니고 부적절한 사적 접촉에 해당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피고인 자신이 부적절한 처신을 깨닫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수수한 금전 처리 내용, 압수수색 직후 허위 내용이 포함된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초범이고 법조인으로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과 같이 완전히 전관 지위를 과시하면서 변호 활동을 한 데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인식했을 위법성의 정도가 다소 약하다고 보인다”고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전했다.
임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백현동 개발업자였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검찰 수사 관련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개인 계좌로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대표는 비슷한 무렵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의 강제수사가 진행되자 친구 사이였던 부동산중개법인 운영자 이모씨로부터 전관 출신 변호사 등을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임 변호사는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을 통해 정 대표의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10억원의 수임료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변호사는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등 고검장 보직을 거친 전관이다.
정 대표가 고액의 수임료를 부담스러워하자 임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1억원을 우선 지급한 뒤 나머지는 성공 보수로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임 변호사가 받은 돈이 단순 수임료가 아닌 수사 청탁 관련 금품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 변호사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1억원이 정상적 수임 계약에 따라 받은 돈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에서 진행된 사업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대관 로비스트라는 의혹을 받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고 정 대표 등에게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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