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인터뷰
빌라촌 등 공용 시설 턱없이 부족
‘공간복지기본법’ 제정으로 해결하고
건설-문화 기업과의 협업 길 열 것
“주민 중심의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공간 복지가 실현돼야 합니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22일 경기 수원시 GH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간 불평등을 넘어 공공 공간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진정한 의미의 공간복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간복지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 경로당, 체육관 등 생활 편의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간복지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민 1명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500잔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인구당 스타벅스 매장 수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커피숍이 많은 이유가 커피 사랑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낮에 커피숍에 있는 청년 중 절반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란 보도도 있다. 어르신 중에서도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이 적지 않다. 커피숍이 독서실, 경로당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특히 낡은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 몰려 있는 ‘빌라촌’은 공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방치된 유휴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공간복지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성과는….
“GH의 공간복지 1호 사업인 ‘동두천 아동 돌봄센터’가 다음 달 완공된다. 방치된 빈집을 주거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위한 돌봄 공간과 북카페 등으로 활용한다. 또 450채의 임대주택을 사들이거나 리모델링해서 주민에게 필요한 공간복지 시설로 전환하는 ‘마을형 공간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남교산과 고양창릉 등 3기 신도시에 공간복지시설 계획 기준을 만들어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더 나은 공간복지를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시설을 조성할 때 큰 시설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생활 밀착형 공간복지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지자체부터 경로당과 독서실, 보육시설 등 기본적 생활 인프라 공간을 조성할 때 설계 단계부터 이용자들이 실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세대와 계층이 공간복지를 지역사회 기반으로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공간복지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할 것 같은데….
“시민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임대주택 내 낡고 오래되고 이용이 적은 관리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공간복지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GH가 지은 임대주택 중 10년 차 이상 3개 단지(2333가구)와 10년 차 미만 7개 단지(9103가구)가 대상인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또 단순히 집을 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도 책임지기 위해 ‘타운 매니저’를 아파트 단지에 투입해 계속 주민들과 소통할 것이다. 올해 ‘공간복지 청년 설계공모전’을 통해 청년들과 공간복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끌어냈다.”
―공간복지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공간 복합화 전략을 쓰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의정부3동 우체국 부지를 활용해서 저층부는 우체국, 상층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공간 복합화를 추진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1인 가구 등 가구별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주거·의료·일자리·여가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맞는 교육·여가·청년 지원시설 공유 공간을 조성하는 등 맞춤형 공간복지를 시도하겠다.”
―민간 기업과 공간복지 가치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공간복지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간복지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누구와도 함께 추진하고 싶다. 대기업과 건설업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문화 콘텐츠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공간복지 조성에 협업할 수 있다. 공간복지의 개념과 관련해 이론적으로도 더 공고히 할 필요성도 느낀다. 개념을 정립하고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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