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대형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투숙객 중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지상 9층짜리 모텔 7층의 한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이 모텔 ‘810호’엔 당시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신고 접수 3분 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7시 57분쯤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인명 구조 및 화재 진화에 나섰다. 대응 2단계는 인접한 소방서 5~6곳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소방 경보령이다.
소방은 약 160명의 인력과 70여대의 장비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친 끝에 오후 10시 26분쯤 불을 모두 껐다. 대응 2단계 경보는 오후 10시 35분쯤 해제됐다.
경찰관 90여 명과 부천시 공무원 60여 명도 화재 현장 주변을 통제하거나 인명 구조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숙객 7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 중 남녀 2명의 경우 화재 발생 뒤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들이 건물 밖에 설치해놓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결국 사망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소방 관계자는 “요구조자 남녀 2명 중 1명이 뛰어내렸을 때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로 인해 뒤따라 뛰어내린 나머지 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그 외 사상자들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 8~9층의 객실 및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또 투숙객 중 12명이 대피 중 다쳐 구급대원에 의해 부천 순천향대병원 등 6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3명은 의사 지도 아래 스스로 집으로 돌아갔고, 다른 6명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소방 당국은 화재와 함께 발생한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방대원들은 신고 접수 후 약 4분 만에 현장 도착했으나, 이미 호텔 내부엔 연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모텔의 64개 객실 모두엔 기초 진화 설비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방 관계자가 전했다. 이 모텔이 준공된 2003년엔 스프링클러가 소방법·건축법 등 관련법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텔 맞은편에 거주하는 A 씨는 “펑 하는 소리 뒤에 사람들이 실려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국은 화재 발생 당시 이 모텔에 외국인을 포함해 모두 23명이 투숙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는 모두 한국인이라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사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투숙객 4명 중 중국인 가족 3명은 화재 발생 뒤 가이드와 함께 인근의 다른 모텔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이드 조 모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학차 한국에 온 20대 중국인 여성 B 씨 등 3명이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사이 불이 났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국은 화재 발생 당시 건물 내 다른 투숙객 또는 내방객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물 내 정밀 수색을 벌이는 한편, 출입구 등의 폐쇄회로(CC)TV 영상 또한 살펴볼 계획이다. 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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