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짐에 따라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지상 9층짜리 모텔 7층의 한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이 모텔 ‘810호’엔 당시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시점으로부터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신속한 출동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로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빠른 속도로 퍼졌던 탓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3년 준공된 이 호텔은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았다.
특히 사망자 중 남녀 2명의 경우 화재 발생 뒤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들이 건물 밖에 설치해 놓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결국 사망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여성이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외친 뒤 에어매트 위로 떨어졌고, 곧바로 에어매트가 뒤집어졌다. 이어 다른 남성이 곧바로 뒤집힌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다. 앞서 뛰어내린 여성은 에어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에어매트는 뛰어내리는 충격으로 잘 뒤집히지 않는다”며 “다만 에어매트 불량으로 공기압이 불균형했다든지, 소방대원의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지 등의 경우 에어매트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19분 만인 전날 오후 7시 57분쯤 인접 소방서 5~6곳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명 구조 및 진화에서 약 3시간 뒤인 오후 10시 26분 불을 모두 껐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사다리차는 정작 인명 구조엔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과 함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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