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컨퍼런스
"일본·한국에서 역사 부인주의 나와"
"피해자·지원운동·법적 책임 부정해"
태국·중국 등 피해 사례 소개되기도
일본, 한국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와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부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23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명희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역사적 진실과 가해자의 법적 책임이 끊임없이 부정되고 있는 역사 부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역사 부인주의’가 위안부 문제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본과 한국 내 역사 부인주의의 패턴이 “강제연행은 없었다”, “성노예가 아니다”, “위안부는 고수익을 올렸다”, “20만이라는 피해자 숫자는 근거가 없다” 등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들이 4가지 유형의 ‘부인’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피해자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김교수는 “자발적 매춘, 자발적 위안부 등의 논리 속에서 일본군 성노예의 존재와 이후 지속된 인권침해 경험이 가려진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의 성격을 왜곡’하기도 한다. “일본군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여는 없었고 조선인 민간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들이 일본의 ‘법적 책임도 부정’한다고 봤다. 당시 성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아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지원운동의 기여를 부정’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예컨대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을 회계비리와 부정을 일삼은 부도덕한 세력으로 폄훼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부인주의가 최근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건립을 둘러싼 싸움에서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역 내 일본군 성노예 인권기념관, 일본군 성노예 인권자료관 등을 설치해 진실을 보존하고 (피해자들에게) 법적 권리와 구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한국을 포함해 싱가폴, 태국, 필리핀, 중국 등이 각국 위안부 피해자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케빈 블랙번 난양기술대학교 부교수는 “싱가폴 현지 여성들이 일본군의 노예로 납치되고 강압됐다는 증언과 증거는 넘쳐난다”며 “그럼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성노예로 동원한 여성 명단에서 싱가폴 여성들은 누락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과거 싱가폴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 사회에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낮추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증언에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또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된 싱가폴 시민사회에 혼란을 줄 국제적인 ‘위안부’ 논란을 원치 않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난징 대학살 기념관의 리우 광젠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난징 리지샹 위안소 유적 진열관을 소개했다. 리우 교수는 “현재 위안부를 주제로 한 기념관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며 “1년에 한 번 스탭들이 어르신들 댁에 방문해 조의를 표하고 생필품을 구매해주고 위로금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생존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때 적극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에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의 이경희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대표는 “마창진시민모임은 지금까지 일본의회의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입법 촉구, 작품공모전, 피해자인권문화제, 피해자조형물 건립운동 등을 해왔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의 위안부 활동가들이 모인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부정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 국제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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