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희박’ 5개월만에 태어난 400g 쌍둥이…기적 일어났다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8월 24일 08시 27분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이 쌍둥이 형제의 100일 잔치를 해주는 모습. 세종충남대병원 제공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들이 쌍둥이 형제의 100일 잔치를 해주는 모습. 세종충남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쌍둥이가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되찾았다. 아기들은 몸무게 400g으로 세상에 나왔으나 현재는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 덕분에 4㎏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23일 세종충남대병원에 따르면 임신부 A 씨는 임신 5개월 차에 양수가 터져 이 병원을 찾았다. A 씨는 예정일보다 훨씬 이른 22주 3일 만인 지난 3월 6일 쌍둥이 형제를 출산했다.

출생 당시 쌍둥이의 체중은 각각 400g에 불과해 만삭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국제질병 분류상 생존 가능성은 체중 500g 이상일 때부터 의미 있게 나타난다. 이에 이들 쌍둥이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다. 임신 24주 미만 미숙아의 생존 가능성은 20% 전후에 불과하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의료진은 급히 청진기로 심박수를 확인한 뒤 산소호흡기를 씌웠다.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쌍둥이에게는 숱한 위기가 닥쳤다. 형은 생후 30일 만에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받았다. 동생은 가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견뎌야 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생존) 확률이 좀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기들의 아버지가 쌍둥이 중 형을 향해 “여기서 잘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자. 사랑해”라고 말하고 있다. 채널A
아기들의 아버지가 쌍둥이 중 형을 향해 “여기서 잘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자. 사랑해”라고 말하고 있다. 채널A
다행히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소아외과·신생아과 등 병원 의료진의 긴밀한 협진 및 헌신으로 아기들은 차츰 회복 조짐을 보였다. 동생은 태어난 지 55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처음으로 울었다.

현재 쌍둥이는 출생 당시 체중의 10배인 4㎏을 넘겼고, 합병증도 없이 건강한 상태다. 동생은 이날 먼저 퇴원했다. 형도 조만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아기들의 아버지는 첫째를 향해 “여기서 잘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자.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2주 3일보다 작았던 아기가 쌍둥이 모두 생존한다는 건 사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없었던 일인 것 같다.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생존 사례는 우리나라 신생아 의료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라며 “지금도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많은 이른둥이와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둥이#초극소 저체중#쌍둥이#임신#세종충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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