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쌍둥이가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되찾았다. 아기들은 몸무게 400g으로 세상에 나왔으나 현재는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 덕분에 4㎏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23일 세종충남대병원에 따르면 임신부 A 씨는 임신 5개월 차에 양수가 터져 이 병원을 찾았다. A 씨는 예정일보다 훨씬 이른 22주 3일 만인 지난 3월 6일 쌍둥이 형제를 출산했다.
출생 당시 쌍둥이의 체중은 각각 400g에 불과해 만삭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국제질병 분류상 생존 가능성은 체중 500g 이상일 때부터 의미 있게 나타난다. 이에 이들 쌍둥이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다. 임신 24주 미만 미숙아의 생존 가능성은 20% 전후에 불과하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의료진은 급히 청진기로 심박수를 확인한 뒤 산소호흡기를 씌웠다.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쌍둥이에게는 숱한 위기가 닥쳤다. 형은 생후 30일 만에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받았다. 동생은 가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견뎌야 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생존) 확률이 좀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소아외과·신생아과 등 병원 의료진의 긴밀한 협진 및 헌신으로 아기들은 차츰 회복 조짐을 보였다. 동생은 태어난 지 55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처음으로 울었다.
현재 쌍둥이는 출생 당시 체중의 10배인 4㎏을 넘겼고, 합병증도 없이 건강한 상태다. 동생은 이날 먼저 퇴원했다. 형도 조만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아기들의 아버지는 첫째를 향해 “여기서 잘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자.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2주 3일보다 작았던 아기가 쌍둥이 모두 생존한다는 건 사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없었던 일인 것 같다.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생존 사례는 우리나라 신생아 의료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라며 “지금도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많은 이른둥이와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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