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부산 동구청장
산복도로 마을 방치된 빈집 활용해… 청년 예술가 위한 창작 공간 조성
문화 예술 프로젝트로 마을과 상생
해충 방역 서비스-우산 수리 등… 주민 생활 밀착형 정책으로 호평
“청년 예술인과 함께 산복도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67)은 23일 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5월 말 부산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빈집 활용 창작 공간 조성 및 운영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빈 주택과 활용도가 다한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청년 예술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들이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노후 주택에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지내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했다. 비싼 임대료 탓에 작업공간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 예술가, 젊은층이 떠난 뒤 활기가 사라진 산복도로(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변에 마을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마을 구석구석에 미술 작품이 설치되고 거리 음악 공연도 펼쳐져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돌지 않겠느냐”며 “예술가들이 어르신 등 주민에게 악기를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예술 프로젝트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27년 6월까지 진행된다.
동구에서는 빈집 문제가 큰 골칫거리였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산복도로 주택에 젊은층이 입주를 꺼리면서 해마다 빈집이 늘었고, 현재는 노인 혼자 거주하는 주택이 많다. 비어 있는 산복도로 주택이 1200채에 달한다고 한다. 부산시가 주민의 경제적 자립 등을 돕기 위해 2010년부터 동구에 조성한 마을회관 형태의 도시재생 거점시설도 10여 곳 가운데 절반이 비어 있다. 수익이 없는 시설에 지원금도 끊기자 방치되는 곳이 늘어났다.
김 구청장은 “빈집이 우범지대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지자체가 개인 재산인 주택을 강제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를 문화 예술을 통해 해결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는 빈집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임기제 공무원도 두고 있다. 그는 “이 직원은 노후도와 위험도에 따라 빈집을 A∼D 등급으로 나눠 철거가 시급한 곳을 우선 매입해 주거지 주차장 등으로 조성 중”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생활 밀착형 정책’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모기콜센터’(1668-0052) 정책은 호평을 받고 있다. 센터의 ‘모기특공대’는 주민이 모기, 빈대 등 해충의 방역을 요청하면 신속하게 출동해 유충 서식지 등을 소독하고 주민에게 해충 재발 방지법 등을 안내한다. 김 구청장은 “대부분 지자체는 보건소를 통해 광범위한 곳의 소독 작업만 한다. 전문 방역요원 2명으로 꾸려진 모기특공대는 주민의 전화를 받는 즉시 오토바이를 타고 긴급 출동해 현장을 소독한다”고 말했다. 또 동구의 주요 아파트 단지와 행정복지센터에서 칼을 갈아주고 우산을 수리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김 구청장은 “번지르르한 대형 건물이나 공원을 조성한 것을 치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민들은 무뎌진 주방용 칼을 잘 갈아주고, 모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을 지자체에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김 구청장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재선 부산시의원을 거쳐 2022년 7월 부산 동구청장에 당선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