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예비비 약 400억 원을 편성해 공공병원 운영시간을 연장했지만 이용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명 남짓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23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21곳에서 휴일이나 야간에 진료를 받은 환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5명에 불과했다.
공공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직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평일 진료 시간을 2시간가량 연장했고, 토요일 오전 진료도 시작했다. 또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지방의료원 비상진료 인력을 위한 휴일 및 야간 수당으로 393억 원을 편성해 집행하며 지원했다. 그런데 정작 환자들이 공공병원을 안 찾은 것이다.
지역별 편차도 컸는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는 해당 기간 연장 시간 진료 환자가 총 55명과 14명에 그쳤다. 하루에 각각 0.6명, 0.2명꼴이다. 전남 목포의료원의 경우 평일 오후 5시 반까지인 진료시간을 7시 반까지로 연장 운영했지만 지난달 7일까지 연장 시간 진료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진료 시간 연장에도 환자들이 찾지 않는 이유로 공공병원에 대한 낮은 인식을 꼽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공공병원 대신 5대 대형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이름 때문에 일반 환자도 진료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문제는 환자가 없어도 계속 대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장 근무로 진료시간만 늘어나다 보니 업무 피로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없어도 예산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는 지방의료원들은 연장 진료를 중단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호남권의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선 비상상황에 대비하지 않는다고 여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연장 진료 중단에 소극적”이라며 “환자가 없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전체 병원 중 5.7%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확진자 80% 이상을 진료했다”며 “공공병원 시설을 첨단화하면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해야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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