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사한 직원들, 계약직 경력 인정 못 받아
병원 측 "정규직·계약직 채용과정, 상당한 차이"
인권위, 차별로 판단…"채용권자 재량 넘어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입사 전의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노동조합 위원장인 진정인은 A병원에 입사한 직원들이 호봉 확정을 위한 경력인정 과정에서 채용 직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병원의 근무 경력 중 계약직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계약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정규직 경력과 계약직 경력을 같은 선상에 놓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계약직으로 업무를 한 경우, 계약직 근로자에게 부여한 업무의 범위나 권한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병원장은 “정규직 경력은 계약직에 비해 시험, 자격 등의 일정요건을 갖추고 해당 병원에서 정한 소정의 단계별 채용 절차를 통과해야만 하는 것으로, 채용 비교적 간소화된 절차와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채용 과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같은 경력으로 인정하면 정규직 경력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경력환산 제도가 근로자의 과거 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채용 형태라는 형식적 요소를 가지고 경력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또한 간호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등은 특정 면허를 취득해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채용 경로의 차이가 업무 전문성이나 숙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호봉 확정 시 계약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채용권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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