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대응으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충북도 공무원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충북도 전 재난안전실장 박모 씨(57) 등 충북도 공무원 6명은 이날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고가 발생하기 14일 전 재난안전실장으로 부임해 재난관리 업무를 파악하고 규정을 숙지하고자 노력했지만,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또 기존 제방이 무단으로 절개되고 부실한 임시제방이 축조됐다는 사실도 전달받지 못해 위험 지역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당일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4차례의 전화를 받은 실무자들이 이 사실을 상황실에 전파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충북도 전 자연재난과장 홍모 씨(57)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재난안전실장을 보좌하고 자연재난과 실무자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을 뿐 도로과 또는 경찰, 소방을 지휘할 권한은 없었다”며 “피고인은 (참사와 관련된) 각 기관의 비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로 관련 부서 공무원들 역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한 시공사에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충북도 전 자연재난대책팀장 김모 씨(52) 측은 아직 증거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답했다.
박 전 실장 등 재난안전과 공무원 3명은 참사 발생 이틀 전부터 청주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음에도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안전점검반을 편성하지 않는 등 재난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난컨트롤 타워인 이들의 관리·감독 업무 소홀로 도로 관련 부서는 비상근무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참사 당일 통제 기준을 충족한 궁평2지하차도가 통제되지 않았다.
충북도 전 도로과장 등 2명은 사전에 도로관리 및 재해대책 업무 종합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궁평2지하차도의 직접 관할 기관인 도로관리사업소에 비상근무 상황을 전파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로관리사업소장 등 2명은 비상근무를 발령하지 않거나 궁평2지하차도를 비추는 CCTV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31일 열릴 예정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무너져 범람한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집어삼키면서 14명을 숨지게 한 사고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를 부실한 제방 공사와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로 규정하고, 이날까지 관련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은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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