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다닥! 소음에 위층은 “우린 아냐”…위층에 직접 가보니 ‘조용~’[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8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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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이 전국민적 고충 사례가 되다보니 정부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대해 의무적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위원회가 구성돼 잘 운영되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유명무실한 위원회도 있습니다. 위원회는 운영하기 따라 법 위반까지는 안 가지만 상당한 불편을 주는 주민의 문제를 법의 힘이 아닌 주민 자치로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다만 운영 초기이고, 민원인 피민원인 모두 같은 주민이다보니 문제 해결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위원회 역시 전문가들이 아닌만큼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교육을 받거나 어려운 문제를 접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아래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을 보내주시면 전문가들과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중재를 하고 싶어도 강제성도 없고, 전문성도 없어 난감… ‘어찌하오리까?’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위원입니다. 저희 아파트는 500세대 이상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화 규칙에 따라 최근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위원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층간소음 문제로 위,아래층과 얼굴 붉혔던 사람으로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정말 좋은 취지라 생각하였고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3자 입장으로 층간소음 갈등을 지켜보니 서로 싸우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해결책을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우선 주민 A씨는 본인 집 위층 B씨가 내는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다며 관리소에 매일 민원을 넣었습니다. 관리소장께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위층에 연락하고 주의 방송을 했지만 두 세대 민원이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아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안건으로 냈습니다.

위원회 위원들과 모여 아래층 A세대와 위층 B 세대를 각각 방문해 중재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선 아래층 A세대 층에 가봤습니다. 그 집 계단 근처에만 갔는데도 위층에서 다다다닥~ 우다다~ 뛰는 듯한 소리가 나서 놀랐습니다. A세대가 예민하게 매일 같이 관리소에 불합리한 민원을 한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위층 B세대에 가서 직접 본 상황을 이야기하고 아래층에서 많이 고통 받고 있다 라고 하면서 중재를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B세대에서는 “본인들은 집에서 뛰지도 않고 슬리퍼도 신고 있는데 본인 집에 왜 자꾸 민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더군요. B세대를 보니 부부만 거주하고 있고 복도에서도 울리던 우다다닥 하는 소리가 전혀 날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저희 역시 어리둥절했지만, 내심 표현은 못하고 “실내에서 걸으실 때 조심히 걸으셔야 한다, 슬리퍼를 신어도 조심히 걷지 않으면 진동과 소음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고 좋게 이야기 하고 내려왔습니다. 물론 찝찝했지요.

다시 A세대에 가 위층의 상황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A는 B를 계속 의심하고, B는 자기는 절대 아니라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국 A, B 두 세대에게 통보하여 회의실에 소집하게 되었고, 각자 사정을 이야기 하는데 A 이야기를 들으면 심정이 이해가 되고, B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집도 억울하겠다 싶었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중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두 세대 모두 긴 대화 끝에 서로 더 조심하자 하며 위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그러다 B세대 남편분이 “우리 집이 아니라 다른 집이나 아파트 시설물에서 들리는 소음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그 부분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럴 때 저희 위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위원회 사람들이 세대마다 찾아가서 이 집에서 뛰는건지 아닌건지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는 B세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위층이 소음을 내면서 발뺌을 하거나 자기들이 소음을 내고 있는 줄 모르는 것 아닌가 라고 단정 지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듣고 보니 다른 집에서 나는 소음일 수도 있겠다 싶어 아차 했고, 그렇다면 다른 집 소음인 것을 어떻게 판별해 내야하는지, A세대에게는 소음이 날 경우 녹음이라도 해두라고 조언을 해도 되는지 조심스럽습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잘 운영하고 싶은데 서툴다 보니 이런 절차와 원만한 해결을 위한 방법이 있을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접근방법]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현재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며, 층간소음 민원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중재하고 관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층간소음 민원의 중재라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그 권한이나 전문성이 부족하여 민원인과 가튼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으므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현장에서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숙지해야 할 민원처리 절차는 1단계는 관리소에서 필요조사를 통해 소음발생 중단 및 차단조치 권고를 하고, 2단계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피해기간이 6개월 이내는 다자면담, 6개월 이상은 개별 현장면담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3단계는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상담센터에 민원을 접수시키시고, 4단계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에 중재와 해결을 신청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현장 민원중재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어중간한 중립적 입장보다는 민원인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해야 하며, 이때 민원인의 최우선 요구사항이 중심으로 피민원인과 상호 협의하셔야 합니다. 현장방문 절차는 사전 서면으로 방문통보를 하고, 민원인을 우선 방문한 뒤, 피민원인 방문, 다시 민원인 방문의 순서로 진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자면담보다는 개별면담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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