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보건의료노조는 28일 입장을 내고 “핵심 요구안 중 하나였던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화가 해결됨에 따라 나머지 쟁점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PA 간호사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는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등 세부 사안에서 이견을 빚어 왔다. 여야 협의 끝에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해 야당 입장이 대폭 반영됐고,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은 법안에서 빠졌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그간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된다”며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거부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대란을 극복하면서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이어 “PA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화하고 엄격한 자격요건을 시행령에 담아내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하위 법령을 만들 때 임상경력과 교육·훈련 과정, 자격시험 등 PA간호사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후 간호법 시행령을 마련할 때 노조가 제시한 의료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며 반발한 데 대해서는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PA 간호사가 생겨났고,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때문에 PA 간호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PA 간호사 제도화를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책임 회피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PA 간호사 제도화는 간호사를 의사로 둔갑시키고 전공의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의 협력에 기반한 진료시스템을 올바르게 구축하는 정책”이라며 “의협이 진실을 호도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를 악의적 선동으로 이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초 보건의료노조는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이날 저녁 각 의료기관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한 뒤 29일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총파업을 예고했던 의료기관은 모두 61곳이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한 노조 조정회의에서 7개 병원(11개 사업장)이 임금 및 단체협약 조정안을 수락하며 교섭이 타결됐다.
이날 노사 협상에 성공한 곳은 중앙대의료원(2개 사업장)과 고려대의료원(3개 사업장), 이화여대의료원(2개 사업장), 한국원자력의학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특별시동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이다. 이밖에 한양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등 11개 병원(51개 사업장)의 조정회의도 이날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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