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매직 공감하는 직장인들 많아…운동 후 선선"
기상청 "북태평양고기압 물러나고 찬 공기 유입"
"열대야 줄어들고 건조해져…한낮 무더위는 지속"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갈 때 일주일 전보다 훨씬 시원해져서 ‘처서 매직’이라는 직장 동료들이 많아요.”
서울 여의도에서 금융업계 회사를 다니는 강민지(25)씨는 28일 “아침에 출근할 때와 저녁에 퇴근할 때 완전히 시원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퇴근 후 헬스와 유산소를 즐기는 최모(27)씨도 ‘처서 매직’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최씨는 “예전에는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고 집에 갈 때 더웠는데 이번주에는 선선하다고 느꼈다”며 “‘슬슬 덜 더워지려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씨는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씩 사무실에 ‘후리스’를 챙겨 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서울 역대 최장 열대야를 경신하는 등 처서(22일)가 지나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34일 동안 서울에 나타난 열대야가 지난 23일부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른바 ‘처서 매직’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에 이 같은 ‘습식 사우나’ 더위는 당분간 누그러질 전망이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열대야가 차츰 약화되고 있어서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폭염의 주요 요인인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중 고기압’ 중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동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북쪽 상공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 분석관은 “일조량(햇볕)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동풍이 불어와 건조한 날씨를 보일 가운데 그늘에만 가도 (습도가 낮아져)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폭염의 ‘선행지표’격으로 해석되는 열대야가 차츰 줄어드는 양상도 ‘처서 매직’을 부채질한다. 통상 여름철 일교차는 8~10도로 형성된다. 열대야가 나타나 간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면 덩달아 다음날 낮 기온도 오른다. 열대야가 사라지면 간밤 최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져 다음날 폭염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공 분석관은 “장마철 등 여름에는 남쪽에서 유입되는 따뜻하고 습윤한 수증기와 구름으로 인해 복사 냉각 효과가 차단돼 열대야가 나타났다”면서 “최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돼 열대야가 차츰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낮 시간대에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폭염 종료’는 시기상조라는 평이다. 공 분석관은 “동풍이 불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온도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태풍이 지나간 후 서풍이 습한 공기를 유입시키면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26일 수시 예보 브리핑에서 “올해는 9월 이후에도 습한 서풍이 유입되며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등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으니 길어지는 더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태풍 10호 ‘산산’이 일본 규슈 남부를 향해 북상 중인 가운데 티베트고기압의 동향에 따라 9월 무더위 지속 여부가 판가름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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