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유가족 측이 가해자 신상 공개 검토를 촉구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빈센트)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은 도검소지 허가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계획 살인한 사건”이라며 “가해자는 심신장애의 형사 책임 조각이나 감경이 적용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이번 사건이 피해자를 노린 철저한 계획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사건 당일 가해자는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피해자를 응시하며 범행 타깃으로 삼았고, 횡단보도가 바뀌자 피해자만 추적했다”며 “범행 직후 현장에서 도주해 거주지에 숨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상적 사물 변별능력과 행위 통제력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등 예측불허한 발언을 한 건 기자들 앞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경을 담아 아무렇게나 내뱉은 발언일 뿐”이라며 “추후 정신병을 이유로 심신장애에 기한 형사적 책임 조각이나 책임 감경을 주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측은 이같은 사건의 잔혹성 등을 감안해 수사기관에 가해자 신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피해자 유족은 수사기관에 가해자 신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유족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며 “피고인 단계에서 신상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일 백 씨의 정신질환 유무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같은 아파트 주민인 점을 감안할 때 가족에 대한 2차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은 현장에서 경찰 및 구급 대원의 초기대응도 문제 삼았다. 남 변호사는 “(경찰 도착 7분 뒤인) 오후 11시29분쯤 구급차 도착 당시만 해도 맥박과 호흡이 있었지만 구급대원과 경찰은 피해자를 아스팔트 위에 뉘인 채 한참 현장 조사를 하는 등 차량을 출발시키지 않았다”며 “이송 도중 더 멀리 있는 병원으로 목적지가 바뀌어 오후 11시56분이 돼서야 응급실에 도착했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살인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27분쯤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 앞 정문에서 백 모 씨(37)가 길이 120㎝ 일본도를 같은 아파트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여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백 씨는 범행 직후 집으로 도주했지만 1시간 뒤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지난 6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