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구 문제 해법, ‘생활인구’ 늘리는 체험 관광서 찾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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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지역 체험 관광 플랫폼 ‘프루떼’
지역 100여 곳 제휴 맺고 체험 제공… 유휴 공간 활용해 관광객 이색 경험
한국관광공사 농촌 지원 사업 선정… 체류 인구 늘려 지역 경제 활성화
숙박-캠핑 연계 다양한 상품 기획

홍인기 로컬앤라이프 대표가 26일 서울 성동구 로컬앤라이프 사무실에서 농촌 체험 플랫폼 ’프루떼’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홍인기 로컬앤라이프 대표가 26일 서울 성동구 로컬앤라이프 사무실에서 농촌 체험 플랫폼 ’프루떼’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사람들이 낯선 장소를 더 자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정서적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2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로컬앤라이프 홍인기 대표(43)는 자신이 지역 체험 플랫폼 ‘프루떼’를 만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홍 대표는 2019년부터 지역을 체험하는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소개해 왔다. 2020년에 로컬앤라이프를 설립한 후에는 지역 불균형,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 지역 농가 100여 곳과 제휴

2022년 1월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딸기 농장 ‘퍼밋 랜드’에서 진행된 프루떼의 ‘팜크닉’ 프로그램. 딸기 모자를 쓴 어린이가 포토존에 마련된 딸기 조형물을 만지고 있다. 프루떼 제공
2022년 1월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딸기 농장 ‘퍼밋 랜드’에서 진행된 프루떼의 ‘팜크닉’ 프로그램. 딸기 모자를 쓴 어린이가 포토존에 마련된 딸기 조형물을 만지고 있다. 프루떼 제공
프루떼에서는 제휴를 맺은 지역 농가 100여 곳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농가 피크닉 프로그램 ‘팜크닉’을 제공한다. 열매를 뜻하는 ‘프루트(fruit)’를 변형한 이름 ‘프루떼’에는 미래에 더 많은 결실을 낳을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홍 대표의 마음이 담겼다. 기존의 단체 체험 위주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이 다양한 장소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 지역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도시민에게는 다양한 공간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2008년부터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홍 대표는 2018년 봄 이탈리아의 소도시 오르비에토를 방문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소도시와 마을이 있지만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다. 도시민이 지역을 여행할 이유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이를 통해 지역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그는 창업을 위해 2019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KAIST 경영대 임팩트 MBA(IMBA)에 들어갔다. IMBA는 역량 있는 소셜벤처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SK그룹이 KAIST 경영대와 개설한 2년제 MBA 과정이다.

또 지역 농가 30여 곳에 전화를 돌리며 여행 상품을 제안한 끝에 2019년 9월 충남 예산군의 한 농가와 첫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당시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농가가 여행 상품 운영을 어려워해 인근 다른 농가를 소개해줬다”며 “한 달 가까이 매주 방문해 여행 상품을 준비한 덕분에 많은 분들이 찾았고 지금도 해당 농가와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프로그램 140개, 누적 고객 1만5000명

홍 대표는 2020년 5월 로컬앤라이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소규모로 진행되는 프루떼의 농가 체험 행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그는 “처음에는 매달 프로그램 한두 개만 진행했지만 2022년경부터는 한 달에 프로그램 서너 개를 운영하게 됐다”며 “지금은 매달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프루떼의 누적 고객은 1만5000여 명이며 올해에만 140여 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프루떼는 지역의 여러 장소를 발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지역 소멸 위기 해결에 기여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현실적으로 지역 정주 인구를 크게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가 소득은 지난 10년간 다소 증가했지만 농산물 판매로 얻는 소득은 제자리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낮아졌다”고 했다. 또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3시간 이상 특정 지역에 머무는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컬앤라이프는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인구감소지역 관광인구 충전 지원사업’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이는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경북 안동시와 봉화군 등 인구소멸 위험지역 4곳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20곳을 선발해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 농촌 체험 위주의 팜크닉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촌캉스’나 ‘프라이빗 캠핑’ 등 장소 대관, 숙박, 캠핑과 연계한 다양한 여행 상품을 기획할 것”이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편 및 기업 임직원 대상 프루떼 상품권 제공 등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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