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해외봉사단, 한 달간 봉사
자카르타 등서 마을정비-아동 교육
파견 봉사자 43%가 사회배려청년
‘해외원정대’ 등 연수 기회도 지원
“늘 계획에 매달려 조급하게 살아왔는데,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YWCA 대강당.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장서윤 씨(22)는 지난 한 달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기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4년 전 수능을 치른 뒤 갑작스레 친오빠를 하늘로 떠나보내며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그였다. 가족을 잃고 난 후 매 순간 조급함에 사로잡혔고 성격도 급해졌다. 그러나 계획이 소용없는 막연한 곳에서 봉사하며 생활하면서 오히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 청년해외봉사단, 인니서 한 달 봉사
늘 조급했던 장 씨가 삶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 건 ‘청년해외봉사단’ 파견이 계기가 됐다. 올해로 2기를 맞은 서울시 청년해외봉사단은 청년들에게 국제사회에서의 경험과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등록장애인, 한부모가족, 6개월 이상 장기실직자, 고립청년 등 파견 인원의 약 43%가 사회배려청년으로 구성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욕야카르타 지역으로 떠났던 청년 63명이 한 달간의 봉사를 마치고 26일 해단식에 모였다. 잦은 화산 폭발로 주거지로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열악한 마을을 정비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봉사를 마치고 해단식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아쉬움 등이 교차했다. 활동 장면과 인터뷰를 담은 영상이 재생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도네시아 판자촌 지역 아동을 위한 도서관 리모델링, 마을 정비, 아동 교육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이들은 “봉사를 하기 전과 이후에 스스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자카르타 마을 정비를 위해 벽화를 그렸다는 대학생 김모 씨(22)는 “평소 방학 기간이면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1∼2번 나갈 정도였다”며 “나도 언젠가 사회의 일원이 될 텐데 이렇게 히키코모리처럼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를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달 동안 낯선 땅에서 팀원들과 부대끼며 세상을 체험한 그는 요즘 매일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취직을 못 하고 지낸 기간이 길었다는 한 봉사자는 “한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힘들고 자존감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사회에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구나’란 생각을 다시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해외원정대 등 연수 프로그램도
서울시는 청년해외봉사단을 파견하는 등 청년들의 국제사회 경험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청년해외봉사단 1기가 몽골에서 3개월 동안 해외봉사를 펼쳤다.
이달 5일에는 ‘서울 청년해외원정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베트남에 3주간 연수를 다녀온 뒤 성장보고회를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성장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해외 출국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국제 감각을 키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서울시가 해외연수 기회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청년들이 세계시민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서울 청년들의 선한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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