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코인 사기혐의’ 운용사 대표 법정서 흉기 피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03시 00분


“수십억 손해” 사기 피해 50대 男
20cm 과도 숨겨 보안검색대 통과
피고인석 달려들어 목 4군데 찔러
병원 긴급 이송… 생명 지장 없어

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고객들을 속여 약 1조4000억 원대 가상화폐(코인)를 편취한 뒤 입출금을 갑자기 중단한 가상자산 운용사 하루인베스트 이모 대표(40)가 28일 법정에서 피해자의 칼에 찔렸다. 법정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법원 내외부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법정 안에서 흉기에 찔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0분경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가 열린 법정에서 피고인인 이 씨가 50대 남성 A 씨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했다. A 씨는 길이 20cm(칼날 9cm)의 과도를 306호 법정에 숨겨 들어온 뒤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재판은 오후 2시에 시작됐고, 약 20분 뒤 A 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씨에게 달려들어 목 부위 4군데를 찔렀다.

A 씨는 하루인베스트 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행 전부터 지인들에게 “수십억 원 손해를 봤고, (이 대표 등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범행을 예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는 하루인베스트 사건 피해자인 다른 방청객(5명)이 있었지만 범행에 가담한 이는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일반적으로 법정에 들어가려면 중간에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A 씨는 흉기를 숨기고 이 검색대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법은 정확한 칼의 소재를 확인 중이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범인이 법원에 들어올 때 검색은 받았다. 소지품 스캔이 정확히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피습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살인미수 혐의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씨 등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은 2월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달 25일 보석으로 모두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하루인베스트는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시파이(Cefi·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표방했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자신들에게 코인을 맡기면 원금을 보장하고 연 최대 12% 이자 등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고객들을 속였다. 이를 통해 1조4000억 원 상당의 코인을 예치받은 뒤 지난해 6월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투자자들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돼 왔다.

● 법정 상해 사건 반복… 안전 구멍 우려

앞서 21일에도 대전지법 형사항소부 법정에서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구속 피고인이 숨겨온 칫솔로 국선변호인의 목을 찔러 상해를 입혔다. 이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날카롭게 갈아 만든 플라스틱 칫솔로 범행을 저질렀다. 법원의 보안 검색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색대 통과 과정에서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도 그냥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설마 흉기를 법원에 가져오겠나’라는 생각에 검색을 안이하게 한다는 것. 법원을 출입해 본 한 시민은 “검색대 통과 중 삐 소리가 울린 적이 있었는데, 직원이 가방 속을 대충 훑어보곤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박준석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보안검색대 시설을 첨단화해 소지품 소재까지 볼 수 있게 하고, 보안 검색 후 법정에 진입할 때도 담당 보안관리대가 2차적으로 방청객 동태를 살펴야 한다”며 “피고인석과 방청객석 사이 공간을 더 띄우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하루인베스트#1.4조 코인 사기혐의#운용사 대표#법정#흉기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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