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등 서울지역 6개 여대 총학생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착취 사태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이 공간의 모두가 방관자이자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8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 살아가야 하는가-여성 성착취 딥페이크 영상 유포 텔레그램방 사태에 대한 가해자 모두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비대위는 “최근 약 1200명이 참여하는 여성 성착취 딥페이크 영상 유포 텔레그램방의 존재가 보도됐다”며 “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2019년 발생한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까지도 텔레그램 성착취방의 개설자 및 그의 공범을 대상으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개설자 및 그들의 공범을 포함해 성착취물을 구매한 참여자들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방의 가해자는 개설자만이 아니며 참여자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방관자 역시 명백한 가해자”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최근 모 대학의 공론화를 시작으로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밝혀졌다. 대학가뿐만 아니라 각 지역과 초·중·고, 회사와 군대, 심지어 가정이라는 분류로 나뉘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확산됐다”며 “여성이라서 범죄의 대상이 되는 현시점에서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이란 존재하는가. 여성인 우리는 과연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본 사태는 여성 성착취 범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근절되지도 않았기에 발생했다”며 “이는 일부 개인의 일탈 행동으로 인한 범죄가 아닌 가부장제 사회 아래 뿌리 깊은 강간 문화와 여성혐오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이 공간의 모두가 방관자이자,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한국 사회의 방관과 침묵은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타 대상의 ‘놀잇감’으로 소비되도록 방조했다”며 “이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고 멸시하는 문화를 고착화시켰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여성이 안전하게 지낼 공간은 소실된 채,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한 무자비한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안녕이 당연히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여성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에는 숙명여대 내 60개 단체를 비롯해 성신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배화여대·한양여대 등 6개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