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비리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약 13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법조 브로커’ 이 모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 남기정 유제민)는 29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게 징역 3년과 함께 1심과 같이 13억3616만 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개발업자)정바울이 운영하는 아시아디벨로퍼와 법무법인 사이 체결된 법률 자문 계약은 알선 대가를 위해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에 불과하다”며 “법인이 수수한 금액 전체가 알선수재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벨로퍼는 실제 변제 받은 것 없이 대여금 형식만 취해 중개법인에 알선 대가로 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개법인 법인세 등 세금을 납부했다 해도 알선수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소비한 방법에 지나지 않아 세금 납부 부분을 추징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해선 “피고인은 정바울에게 다양한 명목으로 1년 넘는 기간 동안 수차례 수억을 수취하는 등 전형적인 법조 브로커 모습을 보였다”며 “부정한 청탁으로 나아갔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낮춰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외에도 여러 차례 형사 처벌, 특히 정치인들과 친분 과시하면서 알선 명목으로 금품 수수 등 변호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동종범죄인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잘못한 것을 반성하는 점 △가족과 지인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어 사회적 유대 관계는 분명해 보이는 점 △유사 사건과의 양형 형평성을 고려할 수 없는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판결에서 선고한 형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1심에선 이 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보다 더 높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13억 3616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하물며 영장 심사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까지 찾아냈다는 명목으로 금전을 받아 가는 법조 브로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수사를 집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현저히 해하는 행위”라며 “죄질이 불량하고 범죄 정황이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의 구형량을 넘어서는 징역형을 통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백현동 개발 사업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검경 수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막아 주겠다”며 5회에 걸쳐 13억3616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정 씨가 수사를 받자 경찰과 검찰, 판사를 두루 안다며 법조 브로커를 자처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실제 수사 무마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 씨가 돈을 받고 정 회장에게 소개해 준 경찰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와 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심리하고 있다. 두 변호사는 정당하게 받은 수임료이고 부당한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지난 22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하면서 2심에서 공소사실을 다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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