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임단협 결렬로 전국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지부의 총파업이 시작된 29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준비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원무과 앞 가로 3열로 설치돼있던 의자는 1열과 끝 열만 남긴 채 모두 치워지고 노조의 농성장이 들어섰다. 출정식에 참여하려는 노조원들과 일과 시간 병원 업무를 보려는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일대는 시장통을 방불케했다.
시민들은 농성장과 원무과 사이 1m 남짓되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진료를 접수했다. 절차는 원활했지만 파업 풍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거나 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속 간호사들이 공백을 메워왔지만 이들이 파업으로 대거 이탈할 경우 병원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지역 상급 병원 두 곳 중 한 곳인 조선대병원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또다른 의료 대란이 닥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날 약을 타러 온 최모(66)씨는 앞서 대형병원 내 전공의 부족 사태로 겪은 수술 지연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 직원들의 파업에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월 지역 한 대형병원에서 아내의 간 수술 일정 지연을 겪었다. 다행히 예정된 시간보다 수시간 밀린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에도 다시 한번 인력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며 “의사도 없고 간호사도 없는데 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안과 진료를 보러 온 양모(52·여)씨도 “전공의 사태는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촉발된 탓에 해결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임단협에서 비롯된 파업은 병원과 노조 사이 문제다보니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약을 타러 오가는 불편 정도만 있겠지만 장기화될수록 입원 환자 등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와 병원 측은 전날 열린 전남지방노동위(지노위)가 정한 마지막 쟁의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노위 조정이 무산된 이후 밤새 이어진 노사 자율 협상조차 잠정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쟁의행위 투표결과 조합원 74%가 파업에 찬성한 결과대로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파업 참여 규모를 전체 노조원 1200여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400여 명으로 잠정 추산했다.
노조는 임금인상, 간호사 불법의료 근절, 야간근무 개선, 자녀돌봄 휴가 확대 등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 최종안으로는 올 3월부터 이달까지의 인상분 소급 적용을 포함한 2.5% 인상을 제안했으나 병원 측이 소급 적용 불가론을 내세우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파업 기자회견을 통해 “2024년 상반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2.8%나 올랐다. 수술 건수도 늘어나고 병동 가동률도 80%에 육박하지만 병원 집행부는 비상경영체제만 이야기 하고 있다”며 “병원 집행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전공의 집단진료거부 사태에도 묵묵히 환자와 보호자 곁을 지켜온 노동자들을 존중해 소급 적용 불가 등 요구조건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병원 측은 현재 모든 진료과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필수 인력이 배치돼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외래병동의 경우 직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낮아 현재까지 운영에 지장은 없다”며 “병원은 파업으로 인한 환자 불편 최소화와 함께 노조와도 지속적인 교섭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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