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겨”

  • 뉴스1
  • 입력 2024년 8월 29일 15시 26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8.29/뉴스1 ⓒ News1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8.29/뉴스1 ⓒ News1
헌법재판소가 2030년까지 감축할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한다고 규정한 대응계획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번 소송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헌재는 29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전원일치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 감축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또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감축 비율을 40%로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 1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탄소중립기본법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40%만큼 줄이겠다고 정했지만 그 이후엔 별다른 기준이 없다.

헌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의 수치만으론 기후 위기란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 감축목표에 대해선 어떤 형태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하여 대강의 정량적 수준도 규정하지 않은 것은 의회유보 원칙을 포함하는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률유보 원칙은 행정권 발동은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헌재는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정부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2023년~2030년 부문별·연도별 배출·흡수량 목표치를 설정한 ‘중장기 감축 목표’ 가운데 부문·연도별 감축목표 부분에 대한 심판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이 된 법령과 행정계획이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의 성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었는지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했다.

또 “법률유보 원칙의 적용에 관해서는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할 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 미래세대는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되어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입법자에게 더욱 구체적인 입법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회원 19명이 지난 2020년 3월 기후소송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영유아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소송, 시민 51명이 낸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돼 하나로 병합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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