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수, 이예람 사건 담당 군검사 수사개입
1·2심 "면담강요죄 성립 안 돼…전익수 무죄"
이예람父 "군사법원, 민간법원에 이관하라"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군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검찰을 지휘·감독했던 전 전 실장은 당시 자신에게 사건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거나 수사 내용을 확인하려 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면담강요죄는 자신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을 정당한 사유 없이 만나자고 강요하는 등의 경우 성립되는 범죄다.
항소심 재판부는 면담강요의 대상을 좁게 해석한 뒤 공소 제기된 법 조항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한 1심 판단이 일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심은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판사나 검사 등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면담강요 대상이 누군지를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판사와 검사도 업무상 알게 되는 일반적인 정보 이상의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면담강요죄상의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일반적인 정보만 알고 있는 판사와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해서 처벌한다면, 그들에 대한 단순 항의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검사,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이 조항에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범위는 수사기관이나 재판 담당자가 직무상 활동을 위해 당연히 알게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직접 피해자이거나 목격자인 경우 또는 재판 수사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을 증언하는 등의 경우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면담강요 대상이 된 군 검사는 일반적인 정보 이상의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익수의 행동이 매우 부적절한 것이고 비난 가능성이 큼에도 확장 해석해서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원심 결론엔 결과적으로 동의한다”며 “전익수의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행위가 정당하거나 법적으로 정당화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장 중사의 구속심사 상황 등 수사 관련 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군무원 양씨는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 중사의 사생활을 왜곡해 이 중사의 죽음을 개인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처럼 기자들에게 전파한 혐의(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공모장교 소속 정모씨는 원심 판단이 유지됐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판결 직후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전익수 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은 군인 또는 군 수사업무 종사자를 상대로 위력을 행사해 공정한 수사, 재판을 방해한 이들을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씨는 “하급 군 검사들에게 보이지 않게 지시나 압력을 넣어서 피해가 피해자들에게 다 돌아가게 만들지 않았냐, 다 방관자들이다”라며 “장병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 군인들이 인권을 침해하고 부모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군사법원을 민간법원에 이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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