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 공작사건’ 2심도 “국가가 배상”…피해자 “상고 검토”

  • 뉴시스
  • 입력 2024년 8월 29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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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당시 프락치 사건 피해자…소 제기
1·2심 "국가가 피해자에 각 9000만원 배상"
피해자 측 "인권·명예회복 생각…안타까워"
"당시 한동훈 사과는 보여주기라고 생각"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고문과 함께 신분을 속여 활동하는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8-1부(부장판사 김태호·김봉원·최승원)는 29일 고(故)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각각 9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와 소송대리인 등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국가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규탄했다.

이들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위자료 9000만원이 많다 적다가 아니라 법원이 스스로의 원칙을 정해놓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위자료 액수를 정한다”며 “제대로 된 판단을 받기 위해 당사자와 논의한 뒤 상고 여부를 밝히겠다”고 전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박 목사는 “40년 만에 인권과 명예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40년 전 논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1심 선고 이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언론 보도를 내고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고 얘기했다”며 “저희는 당사자에게 사과하지 않은 이 사과가 너무도 황당해서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나아가 “사과한 이들이 이후 소송에서도 소멸시효 완성 등 똑같은 논리를 갖고 소송에 임한다는 것을 보고 참으로 기가 막혔다”며 “그때 법무부 장관의 사과는 쇼였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선고에 희망을 가졌는데 같은 결과를 얻게 돼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대한민국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회복시키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5월 전두환 정권 당시 군복무 중 육군 보안사령부 소속 군인들로부터 동료 학생을 감시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강요당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박 목사는 1983년 9월 육군 보안사령부 분소가 있는 과천의 아파트에서 약 10일간 구타·고문을 당한 후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군장교(ROTC) 후보생이었던 이 목사 역시 보안사에 연행돼 일주일이 넘게 조사를 받으며 진술과 함께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겪은 일명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공작 사건’은 고(故)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정권을 비판하는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강제 징집하고 그들의 이념을 바꿔 일명 프락치로 활용한 대공 활동이다.

1심은 “원고들이 불법 구금과 폭행, 협박을 받고 동료 동향 파악해 보고하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실과 이후에도 감시사찰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며 “국가가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진실규명 결정했음에도 다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내세워서 책임을 면하려 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 이후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법무부 측 소송대리인 역시 항소포기서를 제출했으나 원고인 피해자 측이 1심에 불복하며 항소심이 진행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피해자분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억울한 피해가 있으면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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