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9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즉시 교육감직에서 물러났고, 시교육청은 설세훈 부교육감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판결로 서울은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취임한 모든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 선거 도운 해직교사 특혜 채용
조 전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은 2021년 4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해직교사 4명을 포함해 등 해직교사 5명을 교육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고 실제로 채용까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조 전 교육감 측 캠프 공동본부장을 맡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전달했고, 공수처는 2021년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월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다.
공수처는 수사를 통해 조 전 교육감이 2018년 7, 8월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혜 채용을 강행한 사실과 실무진 검토 및 보고 과정을 무시한 채 측근인 비서실장 한모 씨를 통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조 전 교육감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교육감 측은 “해고자를 폭넓게 품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 복직을 결정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해야 할 공직 임용 절차가 임용권자의 사적인 특혜나 보상을 위해 변질한 것”이라며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29일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거나 위헌인 법령을 잘못 적용한 잘못이 없다”며 조 교육감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 전 교육감은 공수처 출범 후 첫 유죄 확정 사건이 됐다.
10년간 서울 교육 수장을 맡았던 조 전 교육감이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그가 추진해왔던 혁신학교 확대 등의 핵심 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주도했다가 서울시의회에 의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사라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 직선제 후 서울시교육감 모두 유죄
2008년 8월 서울의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학원장으로부터 돈을 무이자로 빌리고 차명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09년 10월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취임한 곽노현 전 교육감도 후보자 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돼 2012년 9월 직을 잃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문용린 전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보수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쓰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교육감의 경우 첫 당선 때 경쟁자였던 고승덕 전 의원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게 허위 사실로 밝혀지며 기소됐지만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직을 유지했다.
역대 교육감들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된 것을 두고 ‘깜깜이’ 투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녀가 학생이 아닌 이상 유권자가 후보에 관심이 없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공약보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이념몰이하는 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개입을 원천 차단하다보니 막대한 선거비용 때문에 로비에도 취약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후보 때 ‘교육감 직선제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는 시도지사와 공동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지자체장 임명제 등이 거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4대 교육개혁 입법과제로 제안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