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동기)는 3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 씨(24·남)와 B 씨(28·여)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남매에게 각각 징역 24년을 구형했었다.
지적장애 2급인 A 씨는 올해 설연휴 첫날인 2월 9일 부산에 있는 친할머니(70대) 집에 찾아가 주먹으로 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누나인 B 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공범’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사고사로 위장해 없애 버리자’는 등 수차례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B 씨는 살인의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적장애 2급인 A 씨는 혼자 거주하며 친누나인 B 씨에게 생활적·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며 “상황을 살펴보면 B 씨는 장애가 있는 A 씨에게 할머니에 대한 살해 동기를 강화하고 살해 계획을 구체화해 A 씨가 실제로 범행을 수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 씨가 할머니를 살해하기위해 납가루 중독과 곰팡이 먹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판시했다. 또한 동생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2배 이상 올려주고 카드를 쓰게 해주겠다’ ‘할머니를 꼭 찾아가서 죽이자’ 등의 취지로 말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B 씨는 올해 초 할머니를 몸으로 세게 밀어 제압한 뒤 폭행하고 수건 등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뒤 사고사로 위장하자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며 B 씨의 계속된 심리적 강화와 지배로 A 씨가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B 씨는 동생이 부산으로 떠나기 직전 범행을 말렸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한두번 말렸다고 해서 A 씨의 범행 실행이 단절되지 않는다”며 “A 씨의 범행은 B 씨와 논의했던 살해 방법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고 했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A 씨가 할머니에게 경제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아 온 점, B 씨 역시 할머니로부터 동생에 관련된 각종 업무 처리나 갈등의 중재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 B 씨의 남편과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는 사정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다. 그 결과가 어떠한 방법으로 변명할 수 없고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다. 특히 존속살해는 폐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은 할머니가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경제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한다고 주장했지만 사후 밝혀진 사정들을 비춰보면 할머니는 피고인들을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에게 일부 주식도 증여하는 등 할머니가 피고인들의 생각만큼이나 그렇게 억압하고 경제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설사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를 살해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피고인들의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하자 남매는 손을 잡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중형이 선고된 직후에는 누나가 동생을 한동안 부둥켜안고 연거푸 사과하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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