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전국 39개 지역에 조성한 청년마을 대표들이 8월 29일 오후 충북 진천에 모였다. 지방을 살리고 청년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기 위해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날씨보다 더 뜨겁게 펼쳐진 활동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를 호스트한 사람은 진천 청년마을 ‘뤁빌리지’ 전태병 대표였다.
농업법인 만나CEA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22년 4월 진천 이월면 진광로 6000여 평에 스마트팜 복합 생활 단지인 ‘뤁빌리지’를 열었다. 수경재배의 일종인 아쿠아포닉스 공법 기술을 토대로 시스템도 개발하고 직접 샐러드 식자재도 재배해 e커버스에 납품하는 것이 본업. 수경재배에 관심이 있는 도시 사람들이 찾아와 먹고 즐기고 잠도 잘 수 있는 복합 체험 관광단지다. 스마트팜 체험농장, 시스템 연구 및 제조 공장은 물론이고 사무실과 컨퍼런스룸, 카페와 식당 등을 갖춘 이곳은 이미 진천의 ‘핫 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다.
전 대표는 2008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공학도였다. 지도교수님의 스마트팜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기술로 한국 농업을 멋지게 변화시키자’는 인생 꿈을 갖게 됐다. 2013년 대학 친구들과 대전에서 만나CEA를 창립했지만 농촌인 이곳 진천에 터전을 잡게 될 줄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 사업을 한다고 하니 누가 ‘너 농사는 지어봤냐’고 하더라구요. 진짜 농사는 안 해 봤잖아요.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고 다짜고자 땅을 알아봤죠. 포털을 검색하다 진천에 1000평 절대 농지를 발견했고 덜컥 계약을 했어요. 여기서 5분 거리 땅인데 거기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진천에 오게 됐지요.”
돌아보면 ‘비합리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국 농업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자’는 큰 꿈이 있었기에 작은 선택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서 직접 농사도 짓고 스마트농법도 실험했다. 그래서 생산된 채소들을 직접 유통도 해보고 홈쇼핑에 홍보도 해봤다. 이후 e커머스 배송업체들과 협업하고 직접 가공한 요리 브랜드 ‘옛홈’을 런칭하는 등 유통 분야에도 진출했다. 신선한 채소를 아침 식자재로 전국에 배송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가히 국민 건강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는 동안 직원이 27명으로 늘어났고, 직원과 가족들이 진천에 거주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먹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2019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대 이하 리더’로 선정되는 등 언론에 홍보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스마트팜과 농업, 지역과 건강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의 터전을 기획했다. ‘뤁빌리지’ 내의 ‘뤁스퀘어’ 중앙에는 ‘컬티베이션 하우스’라고 불리는 복합 문화 공간을 배치했다. 지난해에는 행안부 청년마을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이곳에서 매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빌리지 내에는 전국의 청년들이 와서 머물며 스마트팜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주거 공간도 마련됐다. 기술로 시작한 공학도가 농업을 만나고 지역을 만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면서 지역에 청년들을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굳이 청년마을 사업까지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젊은 직원과 가족을 위해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에요. 새롭거나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기술에서 시작해 지역 살리기와 국민 건강, 청년의 행복 등 다양한 인문학적 가치로 외연을 확장한 그는 올해부터 다시 본업인 기술에 집중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전국 농촌에 개발하는 사업으로 올해 30억 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한국 농촌을 스타트하게 변화시키자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것을 생각하고 실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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