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도 의심, SNS 닫았다”…‘딥페이크 공포’ 덮친 대학가

  • 뉴스1
  • 입력 2024년 9월 2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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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이 프로필 사진(프사)이 대부분 삭제된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2024.9.2/뉴스1
2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이 프로필 사진(프사)이 대부분 삭제된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2024.9.2/뉴스1
“딥페이크 성범죄 이후에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비공개로 돌리고 사진도 전부 내렸어요. 잘 알고 지내는 학우들까지 제 사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요.”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대학 캠퍼스에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만난 성신여자대학교 학생 이 모 씨(22)는 “주변 지인 중에서도 텔레그램방에 신상과 사진이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 지인 중에도 저런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싶은 게 가장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자신도 딥페이크 성범죄 타깃이 되는 건 아닐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서울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 뉴스1
서울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 뉴스1
◇개강일부터 ‘뒤숭숭’한 캠퍼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는 겉보기에 크게 다를 것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로비 등 학내 곳곳에 나붙은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대자보가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짐작하게 했다.

대자보 앞을 지나던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대자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가기도 했다. 대자보를 수 분간 읽던 18학번 류 모 씨(26·남)는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데 규제가 없으니 심각하다고 본다”며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생대 소속 김 모 씨(21·여)는 “사실 고등학교 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땐 우리 학교만의 일인 줄 알았다”며 “대학까지 퍼졌다고 하니 무섭고 걱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이 ‘대학별 지인 능욕방’을 운영해 논란이 거셌다. 대학별로 개별 대화방을 나눠 지인의 학과·학번·이름을 올린 뒤 불법 합성물을 제작, 공유하는 식이다. 대학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축이 된 셈이다. 서울대학교도 딥페이크 텔레그램방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젠더갈등 비화 움직임도…“정상이라면 모두가 분노할 사안”

일각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본질에서 벗어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본질을 흐리는 혐오 댓글이 다수 달렸다.

다만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성별을 떠나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남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서 제대로 된 처벌과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모든 성범죄가 그렇듯 이번 딥페이크도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남성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런 범죄는 남자면 남자대로, 여자면 여자대로 모두가 분노해야 할 사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18학번 박 모 씨(25·남)는 “에브리타임을 보면 전부 다 남녀가 싸우고 있는데 남녀문제로 비화해 황당하다”며 “여자 형제나 동기들이 그런 범죄를 당하면 같이 분노하고 화내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류 씨는 “학교 내에서 남녀 학생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갈등 양상으로 흐르다 보면 결국 흐지부지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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