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전복을 키우는 윤정우 씨(29)는 지난달 GS리테일을 통해 재고 물량 전복 40t 가운데 31t을 팔았다. 현재 전복 1kg(14마리)의 산지 출하가격이 평균 2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6억2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5개 양식어가와 함께 영어조합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윤 씨는 전복 소비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자 판로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전복 가격이 소비 부진으로 하락하고 있다. 평년에는 1kg(14마리) 산지 출하가격이 2만3750원이었으나 올해는 2만 원까지 떨어졌다. 전복양식 어가들은 1kg의 산지 출하가격이 3만2000원 정도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값은 계속 떨어지고 출하마저 제때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윤 씨는 “가장 힘들 때 자치단체가 손을 내밀어 줬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를 지원해 줘 재고 물량의 70% 정도를 팔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 눈물겨운 전복 판촉전
전남에서 전복 양식어가가 가장 많은 완도군은 지난달 5일부터 31일까지 대형 유통업체와 함께 판매 촉진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전복 소비 부진과 여름철 고수온 폐사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마트, 이마트, 이랜드 킴스클럽, GS리테일과 손을 잡았다. 4곳에 5000만 원씩 총 2억 원을 할인 쿠폰 비용으로 지원했다. 이들 유통업체는 어가들의 전복을 산지 가격으로 산 뒤 온·오프 매장에서 마리당 210원씩 할인해서 판매했다. 어가 입장에선 재고 물량을 소진할 수 있어 좋고 유통업체는 평소보다 싼값에 전복을 판매해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
정우자 완도군 수산경영과 시장개척팀장은 “당초 목표로 했던 70t을 모두 팔았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 전복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가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완도군은 전복 소비 촉진을 위해 눈물겨운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하고 대형 소비처와 자매결연한 자치단체를 방문해 전복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복 수요가 몰리는 초·중·말복에 ‘복날엔 전복, 전복 데이’ 할인전을 전국 대표 리테일 매장에서 진행했다. 완도군 대표 쇼핑몰인 ‘완도청정마켓’에서는 전복 구매 시 5000원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 예비비 긴급 편성 지원
전남도는 수협중앙회와 함께 전복 양식어가 돕기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달 예비비 7억 원을 긴급 편성해 수협중앙회에 물류비용 등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수협은 전복 수매 비용을 절감해 대형마트 측의 자체 조달보다 낮은 가격에 전복샘을 공급할 수 있었다. 수협이 수매한 130t은 전국 시중 대형마트에서 정상가 대비 최대 절반 가격으로 판매된다.
수협유통의 바다마트는 모든 점포에서 6일부터 추석 전날까지 정상가의 반값에 판매할 예정이다. GS THE FRESH는 지난달 전복 1팩(8마리)을 9900원에 판매한 데 이어 11∼16일 추가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도 5일까지 신용카드 구매 시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전남도는 전복 수출 지원에도 나섰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베트남 등 13개국 18개 해외 상설판매장을 활용해 12월까지 전복 판매 촉진 행사를 연다. 도는 판촉 및 마케팅 비용 등으로 4억 원을 지원한다.
전남도는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8억 원을 활용해 도내 학교급식에 자숙전복을 공급하고 취약계층 6000가구를 대상으로 수산물 꾸러미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전남 상생협력 동행상회 팝업스토어를 통해 수도권 소비자에게 전복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남도공무원노조와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복 사주기 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어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학교, 기업체 단체급식 등 대량 소비처를 발굴하고 외식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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