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가보니
참기름-홍삼액 등 선물용 제품 가득
직업재활시설서 만든 제품 판매-홍보
“수익금, 장애인 일자리 개선에 사용”
“포장이 투박하긴 해도 내용은 일품입니다.”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시립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추석 연휴를 2주가량 앞둔 이곳에는 오곡 강정과 매실·오미자 원액 등이 유리 선반 위에 진열돼 있었다. 붉은 상자에 담긴 홍삼액과 노란 종이와 노끈으로 묶인 참기름 등 진열된 제품들은 모두 장애인들이 만든 추석 선물 세트였다. 김영진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사무국장은 “화려한 장식이나 특별한 제조법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해 명절 선물로 인기 있는 상품들로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추석 선물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영업과 운송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 보니 판매시설에서 소비자를 찾아 판로를 넓혀주는 일을 한다. 1995년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설립된 이후 전국 700여 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판매 유통과 상담,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추석 선물 세트인 발효 원액 2종 세트도 서울 직업재활시설에서 발달장애인 30명이 만들었다. 동작구 직업재활시설에선 청각장애인들이 소비자 주문에 따라 떡을 만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기사와 동행해 직접 배송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사는 장애인이 만든 제품도 판매한다. 부안 김 선물 세트는 전북에서 지적·언어장애인 30여 명이, 마른 버섯과 표고버섯 가루 등 버섯 세트는 경북에서 지적·청각장애인 30명이 만든 제품이다. 판매시설 관계자는 “판매 제품은 숙련도 높은 기술보단 원재료가 중요한 제품 위주”라며 “장애인 근로자는 화학품 사용이 어려운 만큼 오히려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주로 쓰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시설 1층에선 장애인이 직접 내린 커피와 손길이 담긴 공예품을 파는 카페인 ‘행복플러스 가게’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행복플러스 가게를 장애인 화가 작품 판매와 장애 예술인 문화행사 개최 등 의미를 더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2010년부터 운영된 행복플러스 가게는 100명이 넘는 장애인 바리스타와 실습생을 양성해왔다. 15년간 카페 운영으로 94억 원, 장애인 생산품 판매로 19억 원을 포함해 누적 매출 113억 원을 이뤘다. 9년째 장애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남주연 씨(27·서울 구로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내가 직접 돈을 벌어 어머니 생신 선물을 사드릴 때마다 너무나 기쁘다”라며 “행복 카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 장애인 일자리 확대 돕는 ‘착한 소비’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공공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시중가 대비 높은 가격으로 민간 판매는 전체 매출 중 2% 수준에 그친다. 현재 장애인 생산품은 ‘중증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제도’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 기관에 대다수 납품된다.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 온라인 리빙·식품관에 장애인 생산품 110여 개 제품이 입점하는 등 민간 업체 판로도 늘리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 판매시설의 경우 민간 판매액이 2020년 약 28억 원에서 2023년 약 8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상익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원장은 “판매 수익금은 장애인 근로자 급여와 일자리 확대 사업에 쓰인다”라며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가치 소비’ 측면에서 확산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