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헬퍼’, 임금체불-불법체류 잇단 문제… 韓, 반면교사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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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오늘 시행] 〈하〉 가사관리사 관리문제 겪는 홍콩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 인권침해에 헬퍼 범죄도 늘어
韓도 비슷한 문제 직면 가능성… 업무 명시-가구 책임 강화 등 조치를

1일 홍콩 센트럴 HSBC은행 본사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 휴일인 이날은 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홍콩 도심은 주말이 되면 길거리에서 가사관리사들이 모여 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1일 홍콩 센트럴 HSBC은행 본사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 휴일인 이날은 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홍콩 도심은 주말이 되면 길거리에서 가사관리사들이 모여 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보스(고용주) 집에는 두 살 된 아이랑 8개월 된 갓난아기가 있거든요. 더워도 여기서 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

1일 낮 12시경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랜드마크 백화점 인근 도로. 휴식을 취하던 로위나 오베나 씨(42)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홍콩은 습한 날씨 탓에 체감온도가 41도에 달했다. 하지만 도심 곳곳엔 거리로 나온 외국인 가사관리사(헬퍼)들이 가득했다. 그는 “집에 있으면 휴무인데도 일하지 않는 게 눈치 보인다”고 했다.

● 거리로 쏟아지는 홍콩 외국인 헬퍼들

홍콩 HSBC은행 본사 건물 주변도 일요일마다 외국인 헬퍼 수천 명이 모이는 ‘만남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날 헬퍼들은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이런 풍경은 홍콩이 1973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본격적으로 허용하면서 생겼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32.5%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데 대부분 외국인이다. 홍콩 거주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33만 명이 넘는다.


홍콩은 개별 가구가 외국인 헬퍼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대다수가 고용주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휴일만이라도 고용주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거리에서 쉬겠다며 쏟아져 나오는 것. 이곳에서 외국인 헬퍼들은 “서로의 상황과 처지를 공유하고 나름의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제도가 도입된 지 51년이나 흘렀지만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각 가구 개별 고용으로 비용을 월 4870홍콩달러(약 84만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가구별 차이가 있다 보니, 임금 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30년간 가사관리사로 일했다는 한 필리핀 출신 헬퍼(60)는 “사업가인 고용주가 20대 외국인 헬퍼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해 논란이 됐다”며 “오래된 음식이나 가족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헬퍼 비토비나 씨(38)는 “주말마다 모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헬퍼를 도울 방법을 찾는다”며 “임금이 체불되거나 고용주와 갈등을 빚어 집에서 나와 불법 체류를 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필리핀 출신 헬퍼 5명이 시내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돼 경찰에 체포되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헬퍼들도 증가하고 있다.

● 한국도 유사 문제 직면 가능성

한국은 3일부터 시작되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가사관리업체가 외국인 헬퍼와 계약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은 홍콩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본사업이 내년 상반기 시작돼 헬퍼가 늘어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홍콩처럼 개별 가정과 사적 계약을 맺는 ‘가사 사용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면 유사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국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체류 연장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대 4년 10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E-9)로 입국했지만, 중개 업체와의 계약 기간은 약 7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사적 계약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이들이 비자 만료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사한 문제를 겪었던 홍콩은 외국인 헬퍼들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계약 만료 후 14일 이내 출국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주에게 약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외국인 헬퍼가 불법 체류자가 되면 정부가 보증금을 몰수한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주가 헬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헬퍼#임금체불#불법체류#잇단 문제#한국#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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