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n번방 몇 명 처벌하고 수사 마무리 한 게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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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9월 3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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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딥페이크 예방·대응책 마련 정책 토론회 열려
"국제적인 흐름 놓쳐…포털·플랫폼 책임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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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딥페이크’를 악용한 음란물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범죄심리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n번방’ 가해자 몇 명을 엄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사진이나 영상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겹쳐서 실제처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합성기술인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가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열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때도 딥페이크는 있었고, 이를 과연 피해로 봐야 하는지 문제가 제기됐지만 많은 분들이 ‘창작의 자유’라는 단어를 쓰면서 굉장히 많은 비난을 했다”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 n번방의 2만명이 10배 늘어 22만명이 이 추세에 적극적으로 가담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여가부 청소년 보호위원장을 하면서 목격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매달 저희들이 300개에서 400개 정도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디서 아동들이 ‘그루밍’되어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영상이 촬영되고 유포되는지 알고 있다”며 “문제는 여가부가 처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 후 권고하거나 수사의뢰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앱들은 모두 영상채팅앱 형태를 띄고 있고, 몇 분 이상 영상채팅을 하는 경우 여성 이용자에게 쿠폰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제공하고있다.

그는 “앱이나 사이트들이 영리적인 목적을 취한 결과 해당 미성년자들은 처참히 성폭력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벌건 대낮에도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조주빈으로 대표되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가해자 조주빈 하나만 징역 20년 선고하고 끝난 결과가 바로 초중고가 초토화되고 선생님들이 교단에 서지 못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제정해 올해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사회 안전에 위협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선 안 되고, 사용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최근 텔레그램의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EU의 디지털 관련 법 제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프랑스는 ‘정보조작대처법’을 제정해 해외에 기반을 둔 서비스가 허위정보 유포로 프랑스의 기본 이익을 해치는 경우 시청각최고심의회(CSA)에 의해 서비스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딥페이크 기술로 제작된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공유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 플랫폼 운영자에게 불법 콘텐츠가 유포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일 이를 위반할 시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피해자들에게 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법률에 너무 많은 허들이 있다. 법률을 손질하지 않으면 결국 지금처럼 처벌은 하되 처벌이 아닌 시스템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의 경우 아동 음란물에 대해서는 함정수사를 느슨하게 허용하는데, 우리나라도 광범위하게 함정수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불안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사회적인 접촉을 끊는다”며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관계 당국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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