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많은 국물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뱃살이 걱정된다며 중학생 아들이 발명한 국자가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동아일보사와 국립중앙과학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한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대통령상에 경북 신광중 3학년 김태형 군, 국무총리상에는 세종 한솔고 2학년 김예원 양의 작품이 선정됐다.
김태형 군은 기름기가 많은 국물 음식에서 기름을 쉽고 빨리 걷어낼 수 있는 ‘뱃살잡아 백살까지! 기름잡는 국자’를 개발했다. 잔을 가득 채우면 술잔이 비게 되는 조선시대 술잔 ‘계영배’와 그 원리인 ‘사이펀 구조’를 응용해 만들었다. 국자로 국물과 기름을 뜨면 아래에 가라앉은 물은 계속 빠지고 기름층만 남게 되는 원리다.
김 군은 브리핑에서 “평소 기름이 많은 삼계탕이나 사골 국을 좋아하는 아빠의 많은 뱃살이 더 나올까 걱정됐다”며 “국물의 나쁜 기름을 제거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기름 제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국자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100세 곰탕 가게 할머니께도 추천해 드렸더니 좋아하셨고, 삼복더위에 뜨거운 냄비 앞에서 기름을 제거하신 저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셨다”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미래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발명가가 되는 게 꿈이다.
국무총리상에는 김예원 양의 ‘패러데이&렌츠의 법칙을 활용한 접이식 온오프 카드-삑!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가 선정됐다. 카드를 여러 장 교통카드 단말기에 댔을 때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카드를 접는 방향에 따라 부착된 차폐 필름의 위치가 바뀌어 카드 인식에 필요한 유도전류가 흐르는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김 양은 “기숙사와 집을 오갈 때마다 짐과 책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야만 했는데, 여러 장의 카드가 인식되는 상황이 불편하고 난처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에 관심이 많아 불편함이 생기면 항상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는 습관이 있다”며 “1년 가까이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변화의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음을 느껴 기분이 새로웠다”고 했다. 김 양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얻어 관련 기업을 창업해 대한민국을 IT 패권국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1979년부터 학생의 발명 활동을 장려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과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대통령상(상금 800만 원), 국무총리상(상금 400만 원)과 5개 부처의 장관상을 수여한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1만1589명의 학생이 참가했고, 지역대회를 통해 선발된 300명이 본선에 진출해 경쟁을 벌인 끝에 수상자가 선출됐다. 수상작을 포함해 본선에 진출한 300여점의 작품들은 오는 1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