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슥슥 칼 가는 소리, “조용히 해달라”고 하니 “내 집 청소도 못하냐”고 버럭[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4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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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리가 매일같이 밤중에 들리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옆 집에서 철 수세미로 바닥 청소를 하는 소리였습니다. 이웃간 대화가 잘 돼 청소 시간을 바꾸거나 도구를 바꾸면 다행이지만 “내 집 화장실 바닥 청소도 내 마음대로 못하느냐”고 하면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쉽습니다. 계속 싸울 수도 없고 간단한 자가 조치로 소리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래 사례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고민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와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시끄럽다”는데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해 난감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야탑에 살고 있습니다.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상하게 매일 슥-슥- 칼을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윗집, 옆집과 크게 싸우고 마음 고생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위층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연락할 일이냐”면서 버럭 화를 내길래 저도 한 소리하며 인터폰을 끊었습니다. 그 뒤로도 슥-슥- 거리며 칼날 가는 비슷한 소리가 계속 나서 괴로웠습니다.

보통 1~2일 주기로 소리가 났고 왜 자꾸 밤에 소리가 나는건지 하면서 괜히 오싹해지고 기분 나빴습니다. 한번 인터폰으로 싸운 뒤에는 바로 위층에 연락하지 않았고 관리소에 연락해 이야기 해달라고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밤 9시쯤 됐을 때인데 또 슥-슥-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나서, 관리소에 부랴부랴 연락해 얼른 와서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관리소에서는 “먼저 위층에 연락해보겠다”고 했는데 “연락해보니 위층에 아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소리가 나는데 위층에 사람이 없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관리소장과 위층에 올라가 보니 정말 아무도 없었습니다. 내심 너무 당황했고 그동안 위층이 아니었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 뒤에도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소음이 계속됐고 찜찜한 기분으로 지내다가 또 슥-슥- 거리는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림과 동시에 짜증이 정말 솟구쳤습니다.

할 수 없이 위층에 인터폰을 해 상황을 이야기하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슥-슥- 거리는 기계 마찰음인지, 칼 가는 소리 안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위층은 “이런 일로 오해받은 것도 기가 막힌데 직접 인터폰 하지 말라”며 툭 끊어버렸습니다.

위층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건가 싶어서 복도로 나와 여기저기 들어보니 옆집에서 들리는 것 같아, 바로 옆집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혹시 집에서 작업하시는 게 있는지 슥-슥 거리는 소음이 자꾸 나서 연락드렸다”고 하니 “작업하는 거 없다”며 인터폰을 끊으려고 하는데, 인터폰 너머로 슥-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혹시 집에서 칼 직접 가시느냐”고 물었습니다. “무슨 소리하는거냐”며 버럭 화를 내며 인터폰을 끊었습니다. 이 소리가 위층이 아니라 옆집이구나 확신이 들어서 소음이 또 나는 날, 바로 옆집으로 아예 찾아갔습니다.

아이가 문을 열어줬고, 현관문 넘어 아이 엄마가 나오며 무슨 일이냐고 했습니다. “혹시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냐”고 했더니, “매일 한다”고 대답하는데, 그 동안 들렸던 칼 가는 듯한 소음 원인이 저것일 수 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청소할 때마다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린다. 청소할 때 소음이 나지 않는 거로 교체하시거나 또는 청소 시간을 바꿔줄 수 없냐”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내 집 화장실 청소도 마음대로 못하냐”면서 “이렇게 예민하게 굴면서 이 집 저 집 쑤시고 다니냐”며 이야기하는데,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밤 늦게 화장실 청소하는 건 상관 없는데 소음이 들려오니 서로 조율하며 살자고 요청한 거 아니냐고 소리치며 집에 왔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다 보니, 소음이 잘 들리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옆집 아이가 자전거 끌고 가는 소리도, 복도에서 쿵쿵대고 뛰는 소리도 그려려니 하며 지내왔는데 쇠 맞닿는 듯한 소음은 귀에 대고 쇠 긁는 것처럼 들려 듣기 괴로워서 민원을 한 것인데, 어떻게 저를 이렇게 예민한 사람 취급하고 또 다른 이웃끼리 저를 두고 소근 댄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제가 집 안에서 저 소음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미 틀어진 이웃과 관계 개선이 될 수 있기는 할까요. 저도 너무 화가 나지만, 바로 옆에 사는 이상 계속 얼굴 붉히며 지내는 것도 싫고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것도 괴롭네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철 수세미로 타일을 문지르는 소리, 쇠 부딪히는 소리 등은 쉽게 인근 세대로 전달됩니다. 특히 늦은 밤에 소음피해를 줘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단 옆 집에서 이런 문제로 고민을 전달해온 만큼 소음이 덜 나는 소재로 청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처분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면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옆집 화장실 청소 소음은 공기 전달음입니다. 화장실 내부 환기구를 두꺼운 비닐로 막고, 화장실 천장 내부는 흡음재(예를 들면, 낡은 이불을 비닐에 싸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임)로 일정부분 채우고, 화장실 문은 항상 닫아 둔다면 현재의 소음피해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해당 세대에 직접 연락하도록 하여 늦은 밤에는 청소 자제와 지속적인 중재를 요청하시고, 또다른 세대의 피해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방송과 게시판에 공고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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