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성문화협의회 '성교육의 날' 맞아 회견
"일부 일탈 아냐…왜곡된 성문화 인한 사회적 참사"
학부모단체 "당국 대처 미흡…예방교육 확대해야"
최근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가 논란이 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서울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인지 감수성 기반 교육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성문화협의회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이번 딥페이크 사태는 일부 ‘괴물’ 청소년의 일탈이 아니다”며 “성적 대상화와 여성 혐오, 이를 용인한 왜곡된 성문화에 기인한 사회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고등학생들마저 ‘지인장사’, ‘지인능욕’이란 이름으로 여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공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자, 코로나19를 지나며 디지털이 일상화된 청소년들이 무방비하게 온라인 포르노와 혐오문화에 노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친구, 교사, 가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사회는 누구에 의해 전수되었느냐”며 “우리사회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성차별 인식의 악습으로 청소년들은 왜곡된 성 인식을 내면화하게 됐고, 이에 기반한 여성혐오 표현을 온라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 딥페이크 성착취를 놀이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적 대상화와 여성혐오 문화를 근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학교와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성평등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교에서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포괄적인 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국가 수준 성교육 표준안을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성범죄가 양산되는 형국에 개인 SNS 계정의 사진을 지우라는 대책은 효용이 없으며, 이 사안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는 안이한 태도”라며 “여전히 국가와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건의 기저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우리 사회 전반에 짙게 깔린 여성혐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이를 놀이감으로 만드는 사회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잔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대상 실질적인 예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 또한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조치, 초·중·고교 대상 딥페이크 성범죄 전수조사, 디지털 기록 삭제를 위한 기술적 조치, 피해자 회복 및 법률 지원 보강 등을 요청했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고된 허위영상물 범죄는 297건으로 이 중 147건, 피의자 178명이 검거됐다.
검거된 피의자 178명 중 131명(73.6%)이 10대로 10명 중 7명 수준이었다. 뒤이어 20대 36명(20.2%), 30대 10명(5.6%), 40대 1명(0.6%)였으며 50대 이상 피의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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