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알고리즘!” 디지털 퀴즈에 어르신들 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만 60세 이상 대상 ‘디지털 골든벨’… 스파이웨어 등 용어 학습 위해 마련
행사 준비한 ‘디지털동행플라자’… 작년 12월 개소 후 4만여 명 방문
스마트폰 사용법 등 실생활에 도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북센터에서 어르신 50명을 대상으로 열린 ‘디지털 골든벨’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북센터에서 어르신 50명을 대상으로 열린 ‘디지털 골든벨’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사용자 몰래 PC에 설치돼 정보를 수집하거나 팝업 광고를 띄워 특정 홈페이지로 유도하는 악성 코드를 무엇이라고 할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디지털동행플라자 서북센터. 1970년대 교복 모자를 쓴 어르신 50명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자의 질문에 집중했다. 사회자가 문제를 읽자 어르신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잠시 뒤 무언가 떠오른 듯한 이들은 하나둘씩 유성매직을 들고 각자의 스케치북에 정답을 적기 시작했다.

이윽고 들어 올린 스케치북에는 ‘스팸’ ‘피싱’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답변이 적혔다. ‘도둑놈’이라는 글씨도 눈에 띄었다. 사회자가 “정답은 ‘스파이웨어’!”라고 외치자 정답을 맞히지 못한 어르신들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좌석 뒤편으로 이동했다.

● 교복 모자 쓰고 디지털 골든벨

이날 옛 교복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도전! 디지털 골든벨’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만 60세 이상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 행사는 장노년층에게 실생활과 밀접한 디지털 기초용어를 알리고 디지털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준비됐다. 진행자가 디지털 관련 문제를 내면 정답을 끝까지 맞힌 참가자가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퀴즈가 시작되자 긴장한 모습으로 문제를 경청했다. 사회자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어디일까요?”라고 문제를 내자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일부는 ‘넷플레이어’ 등 오답을 써서 떨어지기도 했다.

일부 문제는 1990년대생 기자에게도 쉽지 않았다. “비대면을 의미하는 말로,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것과 반대로 온라인에서 업무나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라는 문제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줌’ ‘화상회의’ 등 오답을 내 패자부활전이 진행됐다. ‘온택트’라는 정답이 공개되자 참가자들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났다”며 아쉬워했다.

최후의 1인에 오른 이현순 씨가 골든벨을 울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후의 1인에 오른 이현순 씨가 골든벨을 울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날 50명의 참가자 중 최후의 1인이 된 이현순 씨(65)는 마지막 문제의 정답이었던 ‘알고리즘’을 맞히고 무대 앞에 설치된 종을 울렸다. 상품으로 준비된 프라이팬을 안아든 그는 “유진아, 엄마 일등 먹었다!”라며 딸에게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학창 시절 상을 탄 이후 처음 상을 받는 것 같다”며 “1등 하겠다고 딸과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의 ‘디지털 사랑방’

이날 골든벨이 진행된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후 올해 7월 31일까지 4만4400여 명이 방문했다. 이 중 1만3000여 명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장년층의 ‘디지털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다.

행사가 열린 이날도 인공지능(AI) 바둑두기, 태블릿 카드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현재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는 은평구 서북센터와 영등포구 서남센터 등 2곳이 운영 중이다. 매일 서북센터를 찾는다는 이광석 씨(79)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여기서 많이 배운다”고 했다. 센터 단골이라는 정재현 씨(76)도 “디지털 수업을 들은 뒤로 일기 앱을 깔아 매일 디지털 일기를 쓰고 있다”며 웃었다.

#알고리즘#디지털 퀴즈#어르신#디지털 골든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