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 청과시장 3일 밤 화재
2시간 만에 점포 28곳 폐허로
상인들 “물건 잔뜩 들여놨는데” 울먹
10년간 전통시장 화재 46%, 전기요인
“추석 대목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날벼락을 맞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내 청과시장은 하루 새 시커먼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불에 탄 점포들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던 천태만 상인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과일 판매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었던 상인들도 시장을 덮친 화마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았다. 사과와 배 등 제수용품이 진열돼 있어야 할 매대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점포 지붕 곳곳은 불에 무너지고 시장 통로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시장에서 몇백 m 떨어진 곳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상인 김종선 씨(73)는 “20년간 과일 장사를 했는데 이런 불은 처음”이라면서 “잔뜩 들여놓은 과일을 하나도 팔 수 없게 돼 생계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 명절 대목에 화마 덮쳐… 넋 잃은 상인들
경남 최대 어시장인 마산어시장 내 청과시장을 덮친 불은 전날 오후 10시 12분경 시장 중앙 부분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23분경 소방대응 1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해 오후 11시 16분경 큰불을 잡았다.
화재는 4일 0시 5분경 진압됐지만 청과시장 내 점포 28곳을 폐허로 만들었다. 15곳이 반소됐고 13곳은 일부가 불에 탔다. 당시 화재로 연기가 인근 오피스텔까지 치솟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최모 씨(35)는 “잿가루가 오피스텔 건물로 날아올 때는 큰불로 번질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초기에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오피스텔 주민 상당수가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야속한 화마에 넋을 잃었다. 매출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나오는 한가위 대목을 앞두고 더 많은 과일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일부 있지만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어 폐기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되풀이되는 전통시장 화재… “특단 대책 필요”
이날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통시장 화재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1월 충남 서천시장에서도 화재로 수산·농산물동 내 점포 227곳이 전소해 소방 추산 6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피해가 컸으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7년 1월 점포 137개를 태웠던 전남 여수수산시장 화재도 점포 내 전기 합선으로 인해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46.4%는 전기적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은 오래되고 낡은 점포가 붙어 있는 구조와 노후화된 전기 시설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 점포 670여 곳을 태워 1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에선 ‘아크’로 불리는 전기불꽃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아크차단기를 필수적으로 설치해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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