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5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올 7월 검찰이 김 씨에게 출석을 통보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초 이날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김 씨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수원지검 후문에 정차한 승용차에서 내려 청사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 인정하나’ ‘오늘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할 건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씨 변호인도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제지하는 자세를 취하며 청사 안으로 향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8~2021년 김 씨가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직원 배모 씨에게 초밥과 샌드위치, 과일 등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해 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은 전 경기도청 별정직 직원인 조명현 씨가 대선을 앞둔 2022년 초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지시와 묵인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권익위는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대검찰청으로 넘겼고, 대검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김 씨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배 씨가 법인카드 유용한 사실을 알았는지와 배 씨에게 카드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늦은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치탄압 수사’라며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오로지 야당 탄압으로 순간을 모면할 궁리만 하고 있느냐”며 “야당 대표 부부를 공격한다고 참혹한 국정 실패가 가려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 씨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인 2021년 8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 수행원 등 3명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도 재판받고 있다. 당초 지난달 13일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공판 하루 전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선고가 연기됐다. 변론 재개 사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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