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보선 비용, 600억원 추산
'교육정책' 없는데…교육자치 어디로
정계서 커지는 '러닝메이트제' 요구
전문가들 "러닝메이트, 실이 더 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보수 교육계와 진보 교육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보선 날짜는 내달 16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직위를 상실한 8월29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시민들은 50일 만에 새로운 교육감을 뽑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은 13조원에 달한다. 서울시의 유·초·중·고교 등 전체 학생 수는 81만명을 넘는다. 이 큰 예산과 많은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정작 교육정책은 찾기 힘들다.
6일 현재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진보 성향 후보 9명, 보수 성향 후보 6명 등이다. 진보 교육계 후보는 하나 같이 “조희연의 혁신 교육 승계”를, 보수 교육계 후보는 “교육 정책 바로 세우기”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곽노현 전 교육감은 출마선언을 하며 “이번 교육감 선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교육 자치라는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는 상황이다.
선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서울시의회 정지웅 의원은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 비용이 약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원은 “선거관리비용으로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48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출마 보전비용이 1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추정했다.
◆정계서 커지는 ‘러닝메이트제’ 요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계에서는 “차라리 러닝메이트를 하자”는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도지사 후보자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출마하는 형태를 만들자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러닝메이트제 본격적으로 논의해 봅시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직선제는 현실에서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선출된 모든 교육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현행 직선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희연 전 교욱감을 포함해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공정택 전 교육감, 곽노현 전 교육감, 문용린 전 교육감 등 서울시 교육감은 선거 과정의 문제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 시장은 “직선제의 틀을 유지한다면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시·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자치와 교육의 조화를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첫 해인 2022년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를 하고 지역 주민들께서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지방시대, 지방의 균형발전 이런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앞으로 교육부의 고등(대학)교육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많이 이양할 텐데, 고등교육과 (교육감이 담당하는) 유·초등교육이 연계되기 때문에 시·도지사와 교육감 협력이 중요해진다”며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당시 러닝메이트제가 행정 비효율성을 줄이고 특히 교육의 정치화 등 직선제 부작용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닝메이트, 위헌적…선거제 보완 필요해”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러닝메이트제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감 직선제의 장점을 살리되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는 결국 교육 자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내국세 20%를 교육 자금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더는 자치의 근거가 사라진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크게 줄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러닝메이트제에서는 시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교육감 후보자들은 아예 각 지역에서 정당 활동을 해야 한다”며 “결국 교육정책이 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러닝메이트 자리를 유지하려면 교육감도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당의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러닝메이트제는 위헌적 요소가 상당히 크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이를 아예 뒤집자는 주장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러닝메이트제가 실현되더라도 낙선자가 ‘이 선거는 위헌적이다’고 주장한다면 무효화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상당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 후보도, 정책도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선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들을 더 주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주목을 하면 유권자의 알권리는 해소된다”며 “TV토론을 더 늘리든, 공보물을 더 두껍게 만들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아예 선거 연령을 낮춰 중·고교생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교육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중·고교생이다. 그들이 직접 정책을 비교해서 교육감을 뽑을 수 있게 교육감 선거에서는 선거 연령을 16세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노년층에는 선거권이 있는데 교육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판단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차별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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