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전성기, 앞으로 여름 아닌 가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6일 14시 09분


8일 오전 대구 남구 무궁화어린이공원에서 남구청·남구보건소 합동방역반 관계자들이 각종 감염병 매개체인 모기 등 해충 박멸하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4.8.8/뉴스1

“사흘간 채집한 모기가 지난해 이맘때엔 80마리였는데 이번엔 62마리뿐입니다. 역시 덜 잡혔네요.”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삼육대 기후변화매개체 감시거점센터. 손성욱 연구원은 수풀 속 디지털모기측정기(DMS·Digital Mosquito Monitoring System)에 채집된 모기를 냉동고에 10분간 얼려 기절시킨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말했다. 이 센터는 서울 내 모기 개체수 통계를 관리하는 곳이다.

여름 모기가 줄어든 자리는 러브버그(사랑벌레)가 채우고 있다.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여름철 러브버그로 인한 서울 지역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올해 9296건으로 2년새 2배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폭염 등 이상 기후로 계절 곤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 “앞으로 모기 전성기는 여름 아닌 가을”

이어지는 이상 기후에 모기의 전성기는 더 이상 여름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 내 8월 모기는 감소세를 보인다. 서울시 ‘모기예보제 모기감시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역에서 DMS를 통해 채집된 모기 수는 총 5만3932마리로, 3년 전(8만6667마리)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모기의 감소 원인을 폭염으로 꼽는다. 실제 서울 8월 평균 기온은 2022년 25.7도, 지난해 27.2도, 올해 29.3도로 상승해왔다. 이동규 고신대 보견환경학부 석좌교수는 “폭염이 지속되면 모기의 서식 환경이 무너진다”며 “지열이 올라 유충이 자랄 물웅덩이가 줄어 개체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온에 활동성이 무뎌지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했다.

대신 가을철 모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현철 부산대 환경생태학과 교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8월에는 모기가 줄되, 상대적으로 선선한 9월 중순부터는 모기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동건 삼육대 기후변화매개체 감시거점센터장은 “이상 기후로 가을, 겨울 날씨가 따듯해지면 초겨울까지도 모기들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고 했다.

● 모기 떠난 자리는 ‘아열대 서식’ 러브버그가

여름철 모기는 줄어든 대신 다른 곤충이 늘고 있다.

원래 중국 남부, 대만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서식하던 러브버그는 2022년 서울 서북부 중심으로 출몰하다 지난해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독성이 없어 해충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을 지녀 불편을 산다.

6일 국민의힘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 민원은 여름철인 6월 말~7월 초 기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 올해 9296건으로 2년새 2배가 넘었다.

또 2022년 민원이 은평·서대문·마포 3개 자치구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는 25개 모든 구에서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서구의 경우 러브버그 민원이 2022년 2건에서 올해 969건으로 폭증해 약 485배가 됐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 지난해 9월에는 경남 창원시의 한 빌라에서 마른나무흰개미 등 새로운 외래 흰개미가 발견돼 정부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흰개미 또한 러브버그와 마찬가지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곤충 서식 변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이상 기온이 이어지며 그간 국내에서 번식하기 어려웠던 종들이 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모기#가을 모기#기후변화#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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