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가 있는 가구에 초저리로 주택구입 자금이나 전세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이 출시 6개월 만에 7조2000만 원을 넘어선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당초 이달 안에 적용하려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 시기를 연말로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성 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고 집값과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국토부가 소득요건 완화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은 총 7조22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올해 1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6개월간 누적 금액이다. 이 가운데 주택구입 자금 신청액은 5조4319억 원으로 전체의 75.2%였다. 나머지 1조7933억(24.8%)가 전세자금 신청액이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무주택 가구에 주택구입 자금 최대 5억 원(전세는 3억 원)을 최저 1%대의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수도권 기준), 가격은 9억 원 이하(전세는 5억 원 이하)다. 1주택자는 대환 대출만 가능하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기존 정책성 대출 상품보다 혜택이 좋아 수요가 크게 몰렸다. 주택구입 목적의 신생아 특례대출 금리는 연 1.6~3.3%로, 디딤돌 대출 금리(연 2.65~3.95%)와 비교하면 하단이 0.95%포인트 낮다. 디딤돌 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은 연 8500만 원 이하인데, 신생아 특례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4월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을 연 2억 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일부 정부 지원대책이 신혼부부에게 오히려 결혼 페널티로 작용한다는 청년들 지적이 있었다”며 직접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올해 3분기(7~9월) 중 완화된 소득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연내 시행으로 목표 시기를 늦췄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소득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며 “가계대출과 시장 상황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시행 시기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간 신생아 특례대출과 서울 집값 상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신생아 특례대출 액수는 전체 주택도시기금 정책성 대출액의 14% 수준이고, 대출 가능한 주택 가격은 9억 원 이하라, 최근 급등한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9억 원 이하 주택을 신생아 특례대출를 받아 매수하는 수요가 기존 중저가 주택을 팔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더욱 강화되자 국토부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6일 K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얘기가 나오는 가수요 관리를 위해 정책 모기지 부분도 추가로 검토할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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