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급의학과 의료진 설문서 98% “업무강도 늘어”…96% “추석 응급실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8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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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태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9.08. [서울=뉴시스]
전공의 사태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9.08. [서울=뉴시스]
“번아웃(소진)이 심각해 살기가 싫다.”

의료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진행한 설문에서 한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요즘만큼 출근하기가 무서웠던 적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4~6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현장에서 의료진이 느끼는 근무 강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3월 이후 근무 강도가 증가했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98%(465명)였으며 ‘3월 이후 응급실 환자가 늘었다는 답변도 66%(315명)에 달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환자를 받으면서, 전공의가 없었던 중소병원 응급실의 업무 부담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번아웃이 심각해 한 달 내 전국적으로 응급실 운영이 중지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

대다수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비상진료체계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의 91%에 달하는 433명이 “현재 응급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96%(457명)는 다음주 추석 연휴에 응급실이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관식 답변 문항에서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친 후 배후 진료를 위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필수과로 연계해줘야 하는데 해당 필수과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환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에게 책임이 부여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설문에서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전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응급실 뺑뺑이’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주변 대학병원들의 배후 진료 축소로 중등증 환자의 전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의료진은 “2차 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3차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할 때 최소 10곳 이상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급실#응급의학과#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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