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피해자 유족이 피의자 백 모 씨(37)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피고인에 대한 신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작년에 제정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피의자 단계뿐만 아니라 피고인 단계에서도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충분한 증거가 있고, 공공의 이익이 있는 경우 신상공개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에 피의자 가족 측의 사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가해자 가족, 친척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합의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일 살인 혐의로 수사받는 백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인 자료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이날 오전 피의자의 부친 백 모 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고소와 관련해 서울 서부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남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인터넷 뉴스에 가해자를 옹호하는 알 수 없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며 “2차 피해가 맞다고 확신해 고소장을 냈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 내용을 살펴봤을 때 피고인(백 모 씨) 인적 사항이나 구체적인 군생활과 사회생활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피고인 측 가족이 아닌가 추측해 특정하게 됐다”고 했다.
백 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27분쯤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 앞 정문에서 길이 120㎝ 일본도를 여러 차례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40대 남성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 씨는 한 시간 만에 집에서 긴급 체포됐다.
백 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후 정치·경제 기사를 섭렵하다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져 A 씨를 스파이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백 씨가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사전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해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결론 내리고 지난달 23일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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