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사망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의 음주 측정을 제때 하지 않은 경찰관들이 경징계를 받자, 피해자 유족이 재심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의 유족이라는 이모 씨가 작성한 ‘전주 포르쉐 음주 사망사고 초동 조치 미흡 경찰관들의 솜방망이 징계 재수사 요청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씨는 “당시 출동한 경찰은 포르쉐 운전자 A 씨로부터 음주 감지 반응을 확인했지만, 이후 채혈하겠다는 A 씨 말만 듣고 그냥 병원으로 보내줬다”며 “(파출소) 팀장은 (최단 시간 출동해야 하는) ‘코드(CODE) 1’으로 분류됐는데도 출동하지 않고 파출소에 머물렀다. 출동한 경찰관 3명은 음주를 감지하고도 측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 경찰관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 유족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경찰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한 경찰관들의 합당한 처벌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수사도 요청했다. 이 씨는 “왜 가해자를 홀로 구급차에 태워 보냈는지, 가해자가 ‘술타기’ 수법을 하도록 조언해 준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가해자의 사고 당일 통화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재수사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27일 0시 45분경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직진하던 포르쉐 차량이 좌회전하려던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았다. 포르쉐 운전자 A 씨(50·남)는 제한속도 50㎞ 구간에서 술에 취한 채 시속 약 159㎞로 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스파크 차량 운전자 B 씨(19·여)가 숨졌다. 같은 나이의 동승자도 크게 다쳐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 씨가 고통을 호소해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이나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A 씨는 퇴원한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뒤 A 씨 집 근처에서 그를 찾아 음주 측정을 진행했다. A 씨는 이미 편의점에서 술을 사 마시는 등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벌인 후였다.
경찰 측정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로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였으나, 사고 당시 수치가 아닌 데다 추가로 술을 마신 상태여서 객관적 혐의 입증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경찰은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0.051%로 낮췄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정치를 높여 잡으면 공소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음주 수치를 0.036%로 재조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인해 검찰은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 형량인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6일 열린다.
전북경찰청은 이들 경찰관들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출소 팀장에게 감봉 1개월, 나머지 3명에게 불문 경고(당사자의 책임을 묻지는 않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경고함)를 내렸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작동하는 곳이기에 경찰 쪽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재심의 같은 절차는 징계 요구권자인 전북청장이나 징계를 받은 대상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불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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