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 3년 연속 최고 매출… 품질 관리 ‘초강수’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0일 03시 00분


과잉생산-값 하락 등에 돌파구 마련
밀집한 감귤나무 솎아 당도 높이고
수도권 도매시장 돌며 저품질 단속
2021년 매출 1조 원 달성에 성공… “유통 체계 개선해 경쟁력 높일 것”

올해 2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감귤원에서 간벌 작업을 벌이는 모습. 농협 제주본부 제공
올해 2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감귤원에서 간벌 작업을 벌이는 모습. 농협 제주본부 제공
제주에서 감귤을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이때 도내 곳곳에 과수원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감귤 산업이 정부 지원을 받는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까지 육성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감귤 조수입(매출)이 제주도 지역내총생산(GRDP) 가운데 15% 이상을 차지하며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감귤 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 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시기다.

● 1990년대 제주 감귤의 위기와 대책

제주 감귤의 위기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의정서 채택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발효로 딸기, 사과 등 국내산 과일뿐 아니라 바나나, 오렌지 등 외국 과일과도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 전후로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강제 착색 등 저급 감귤 유통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까지 겹쳐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제주 감귤 농가 수취가는 1996년 1관(3.75kg)당 4848원에 달했지만 1997년 2595원, 1998년 2433원, 1999년 3214원, 2000년 2816원, 2001년 1850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무너지는 감귤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제주도는 초강수를 뒀다. 과잉 생산 예방 및 품질 향상을 위해 멀쩡한 감귤 나무를 베어내는 간벌 사업을 진행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시장에 나가는 감귤의 품질 기준을 세웠다.

먼저 제주도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진행한 감귤 과수원 간벌 규모는 5752ha(헥타르)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감귤 재배면적 1만9871ha 중 4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감귤 나무를 밀식(密植)하면 해거리가 심한 데다 감귤도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매년 제주도자치경찰단과 함께 도내는 물론이고 수도권 도매시장까지 출동해 비상품 감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2006년 8월에는 감귤의 크기와 당도 기준을 정한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열매 생육과 당도를 끌어올리는 ‘타이벡’(고밀도 폴리에틸렌)도 2017년부터 작년까지 163억 원을 들여 총 1012ha에 보급했다.

● 최근 제주 감귤 제2의 전성기

노력 끝에 최근 제주 감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에는 매출이 6022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9114억 원으로 올랐고 2021년엔 1조271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조418억 원, 1조3248억 원으로 3년 연속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올해 제주 감귤 생산량은 40만8300t 내외(39만2300∼42만4300t)로 전년보다 1만8100t가량(약 4.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도는 7.3브릭스로 전년에 비해 0.3브릭스, 5년 평균에 비해 0.5브릭스 높았다. 강재섭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3년 연속 조수입 최고 기록 달성은 감귤 업계의 자발적인 도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고품질 감귤 생산과 유통 체계 개선을 통해 감귤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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