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정책에도 ‘잠 못자고 무기력한’ 초등생 늘어…스마트 기기 영향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9월 10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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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 결과
초·중·고 학생 정신건강 전반적 악화

ⓒ뉴시스
스마트 기기 사용 등으로 잠을 못자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 초등학생이 늘어나는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기본계획)’를 시행했으나 청소년 정신건강이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더 큰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발표한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년(2019~2023년)간 실시한 기본계획이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신건강검사 및 취약학생 지원을 강화했지만 초·중·고 학생의 정신건강 관련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셈이다.

중·고등학생의 ‘자살충동 경험률’은 2019년 13.11%에서 2023년 13.4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살시도 경험률’도 3.99%에서 2023년 5.26%로 높아졌다.

전반적 지표상 중학생의 자살위험이 가장 높았다.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수는 연간 2만명 내외로 전체의 1% 정도인데, 중학생은 2.4%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무기력감 경험률’은 증가하고 ‘적정 수면시간 충족률’은 감소해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드러났다. ‘불행한 청소년’ 중·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된 양상이다.

초등학생 ‘무기력감 경험률’은 2017년 2.50%에서 2021년 3.94%까지 증가했다. ‘적정수면시간 충족률’의 경우 2021년 51.65%, 2023년 51.95%로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 등 인터넷 이용시간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복수의 연구에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사용이 직접적으로 자살 충동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심리적인 우울감 증가시켜 간접적으로 자살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의 하루 2시간 이상 게임·인터넷 사용률은 기본계획 수립 전 25.3%에서 수립 후 36.3%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도 67.7%에서 87.3%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학교에서 디지털·스마트 기기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은 학생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매우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스웨덴은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의무 방침을 취소하고 종이책·손 글씨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를 상설 기구화하고 충분한 인력과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연간 10억원 수준의 국고보조금으로는 방문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하기 역부족이란 것이다.

아울러 학교가 관심군으로 선정한 학생의 학부모에게 전문기관 연계 등 후속조치를 권고할 경우, 부모에게 이행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지금은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 20~30%는 전문기관 연계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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