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조’ 찍은 임금체불…“처벌 시 근로자 수, 미지급기간 고려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9월 10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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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등 임금체불 근절 토론회 개최
“민사·형사법 개선해야…횡령·사기와 달라”
“반의사불벌죄…고용부 부당한 합의종용”
“제때 지급할 유인 없어…늦게 지급 유리”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열린 임금체불 신고센터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현장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16개 지역상담소에서 중앙법률원과 연계해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2024.04.01. [서울=뉴시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열린 임금체불 신고센터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현장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16개 지역상담소에서 중앙법률원과 연계해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2024.04.01. [서울=뉴시스]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7845억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체불액이 1조4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임금체불을 ‘경제살인’으로 여기고 중대범죄의 성격에 맞게 법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김위상·김형동·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 강득구·김성회·김주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주최 한 ‘임금체불 근절대책·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이날 모인 노동계 및 노동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임금체불죄가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현재 관련 법제도에 공백이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짚었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다층적 제도설계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임금체불 대응은 여전히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민사법, 형사법 형역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민사법 영역의 경우, 권 교수는 “임금 지급의 확보와 관련해 소멸시효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임금체불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그런데 임금 채권의 민사상 소멸시효는 3년이다. 권 교수는 “민사상으로는 3년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나(사용자 임금 지급의무 소멸) 공소시효는 완성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례도 생겼다”고 했다.

또 권 교수는 “임금체계의 단순화 및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금체불은 필연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청구를 간소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 고소를 통해 체불 사실이 확인돼 ‘체불임금등사업주확인서’가 발급된 경우에도 사용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해선 근로자가 새로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문제를 짚었다.

그러면서 “소송보다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으로 확인서가 발급된 임금채권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제도의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형사법 영역에서 권 교수는 현행법이 임금체불죄를 횡령, 사기, 배임 등의 재산범죄와 같은 평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임금체불죄의 보호법익은 단순히 재산이 아니라 생존권적 성격의 근로권과 높은 관련성을 가지는 재산적 법익”이라며 “임금체불죄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체불죄 양형에서 피해 근로자 수와 미지급기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 참여한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임금체불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며 나아가 그 노동자가 부양하는 한 가정을 파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현재 임금체불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원인으로 고용노동부의 임금체불 신고사건 처리행태를 꼽았다. 그는 “임금체불의 1차적인 법적 구제절차는 고용부에 신고(진정)하는 것인데, 진정건의 빠른 처리를 위해 근로감독관들의 합의 제안이 빈번하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임금체불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을 문제로 봤다. 박 위원은 “임금체불죄는 근로기준법상 유일한 반의사불벌죄인데, 합의 금액을 빠르게 받기 위해선 노동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며 “형사처벌 면제를 조건으로 체불임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점이 근로감독관의 부당한 합의종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부가 임금체불을 가벼운 범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죄는 근로기준법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된다.

그는 “2020년 전국 1심 법원의 임금체불죄 형사판결 결과를 보면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된 건수는 4%에 불과하다”며 “벌금형과 벌금형 집행유예가 64%로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또 “벌금형의 경우에도 형량을 보면 체불액의 13.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동행정, 사법 행태로 인해 제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될 유인이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적당히 늦게 지급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이고 유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박 위원은 “지연이자제도를 전면 확대해 임금을 늦게 지급할수록 그만큼 사용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은 “지연이자 자체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고 미지급 관련 처벌규정이 없어 고용부 진정절차에서 노동자들이 지연이자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을 위해 진정절차에서 지연이자 미지급도 함께 다루자는 주장이다.

또다른 토론 참석자인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임금체불의 뿌리 깊은 원인은 임금체불을 노동자의 생존과 그 가족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중대범죄로 여기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살인이라는 사회적 경각심이 부족한 데 있다”고 짚었다.

임선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 실태를 언급하며 “이주노동자는 노동권익 침해 시 대응할 수 있는 노동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고 권리구제 과정에서 체불액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그 기간 생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체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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